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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큰 너
넓은 세상에서 크게 자라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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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물고기
Mar 8. 2021
몇주전부터, 가끔 어깨가 아프다.
오늘 새벽에도 그랬다.
새벽에 일어나 동네 산책을 하는데
어깨가 시큰하다
'또 잠을 잘못잤나?' 생각을 하다가-
'아차차.. 그러고보니 어제도 재이를 많이 안아줬구나'
생각이 든다.
주말 외출을 할 때, 한 시간 정도 스스로 걷다보면
어느덧 아빠 다리에 매달려
'아빠, 다리가 너무 아파요. 안아주세요' 라 말하며
올려다보는 녀석의 눈을 보면 어찌 안아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3.94kg으로 태어난 아이는, 어느덧 20kg 가까이 되었다.
더 어렸을 땐, 머리도 작고 나름 몸매도 얄싸했던 아이인데
어느덧 아빠의 체형을 닮는건지.. 또래보다 꽤나
통통한 아이가 되어있다.
침대에 누워 놀면서 장난스레
'재이야~ 이제 그만 커어~ 너어~~무우 커졌어'
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는 점점 더 자라난다.
아이는 비단 몸만 자라는게 아니다.
아이의 세상도 자라고, 아이의 마음도 자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이에게 참 고맙다.
아이는 한번도 엄마 아빠 와의 외출에서 투정을 부린적이 없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이야기 하다가도(조른적도 없다)
"재이야, 재이는 장난감이 많아? 적어?"
"많아!"
"그럼 장난감을 또 사는건 낭비야? 낭비가 아니야?"
"낭비야!"
"그럼 사야할까 말아야 할까?"
"말아야해!"
하고 말하는 아이다.
(실제로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많긴 많다)
물론 마트에서 나가는 내내
"아빠, 나중에 장난감 없으면, 저거 사주세요"
라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참 대견 스럽다.
지난 주말에 갔던 자동차 장남감 전시 박물관에서
또래 아이가 우리 아이 손에 있는 장난감을 달라고,
바닥에 누워 때를 쓸때도 가만히 아이에게
"재이야, 친구가 재이 장난감이 너무 갖고 싶은 모양인데,
재이가 친구한테 장난감을 줄 수 있어?"
라고 말하자, 시크하게 울고 있는 아이에게 가서 그 아이 손에
장난감을 쥐어주고 온다.
"아빠! 재이는 장난감 많아! 집에도 많아!"
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아빠보다도 넌 참 큰 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놀다가, 나는 아이에게 삐진다.
말을 안듣거나, 대답을 안하거나 하면 주로 삐지는데-
그럴때마다 먼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주로 아이다.
그러고보면 아이는 참 큰 아이다.
아직 아침이 찾아오지 않은 길을 걸으며
혼자서 생각한다.
참 큰 아이인데,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잘 돌볼 수 있을까.
있을(재), 기쁠(이)
이름대로 녀석의 주변에 어떻게 하면 항상 기쁨이 가득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리고는 또 다짐 한다.
나도 커야 한다고. 아이를 안아줘도 어깨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육체적으로도 강해져야 하고, 또 아이와 함께 눈 맞추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마음적으로도 커져야 한다.
다짐하기 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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