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제는 안그럴께요

by 부산물고기

매일 새벽 다섯시면 난 잠에서 깬다.

잠에서 깨어나, 아내와 아들이 자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하루를 준비한다.


오늘도 어김 없이 다섯시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려던 찰나,

아들의 잠꼬대 소리를 듣는다.


'이제는 안그럴께요.'




꿈 속에서도 좋은 것만 보고, 기분이 좋은 일만 있었으면 하는데

녀석은 꿈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어젯밤 잠에 잘 들지 못하고, 자꾸 날 발로 차고-

내 쭈쭈를 꼬집던 아이에게 잠결에

'한재이!! 그만!!! 빨리 자야지!!' 라 혼내고 짜증내며,

먼저 잠들어버린 내 모습이 떠오르니

아이에게 또 미안해진다.


'아.. 잠들기 전에 기분 좋게 해주고 잠들게 해줬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또 밀려온다.




요즘 아이는 또 자라서, 이제는 종종 거짓말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자기 고집대로 움직이려 한다.

그럴때마다 가끔 아이를 혼내면-

'아빠, 이제는 안그럴께요. 믿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아이.


'믿어주세요' 라는 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아빠 표정에 작은 변화만 있어도.

'아빠, 이제는 안그럴께요. 믿어주세요~' 라는 말만 반복하고

또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한다.




가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 귀여워서 혼내다가도

혼자 껄껄껄 웃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아빤 알아~ 넌 또 그럴꺼란 걸~ 하지만 이번만 믿어줄께~'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아이의 잠꼬대를 들으며,

오늘은 녀석에게 또 조금 더 잘해줘야 겠단 생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은 미국, 지금 시간은 오전 6:33


나와 아들의 하루- 시작!




36개월 아들과 차에서 주로 하는 놀이


1. 자동차 이름 맞추기 놀이

2. 물고기 이름 맞추기 놀이 (물고기 이름을 하나씩 차례로 말함)

3. 귀신 이름 맞추기 놀이 (할로윈 때 봤던 귀신 이름을 하나씩 말함)

4. 쓸데 있어, 쓸데 없어 놀이 ( 젓가락은~ 잠잘 때 쓸데 있어~ 쓸데 없어?)

5. 낭비야? 낭비 아니야 놀이 ( 세수할 때 물을 쌔게 트는건 낭비야? 낭비 아니야?)

6. 구조대 이름 맞추기 놀이 ( 경찰차는 ? (폴리) / 소방차는 ? (로이)

7. 숫자빼기 놀이 (열개중에 두개 먹으면 몇개?)


여전히 아들은 나에게 많은 이야길 요구 하는 중

'아빠 산책 이야기 해주세요'

'아빠, 어제 우리 어디 갔어요?'

'아빠, 어제 우리 뭐 실고 가는 트럭 봤어요?'


아이의 말을 텍스트로 정리하니 뭔가 거창하고 화려하게

말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거의 다 알아들으니,

아이를 돌보는 일은 아주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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