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야기 – 서현석 論
2021년 4월 3일 / 이적을 들으며/ HENDRICK’S를 마시며/
서현석. 그는 매우 매력적인 외형을 지녔다. 그는 꽤 잘생긴 얼굴과 큰 키, 그리고 긴 팔다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그는 백화점 남성 바이어 답게 본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할 줄 알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그는 이성에게 꽤 인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외향적인 모습이 그가 지닌 매력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이것은 잘생김에 대한 질투는 아니다)
나 역시 그와 언제부터 이토록 가까워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 어떻게 그가 나에게 스며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그의 매력을 딱 찍어 말할 수는 없기에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나 그와의 몇 가지 추억으로 그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그와 시를 낭송했다. 어느 밤, 내가 퇴근한 영등포로 와준 그와 나는 오뎅탕에 소주를 앞에 두고 시를 낭송했다. 다 큰 20대 후반의 남성둘이 소주를 앞에 두고 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차례로 낭송하는 모습은 그리 흔한 장면은 아니다. 그는 낭만적이다. 그는 좋아하는 시를 항상 다른 사람 앞에서 낭송할 수 있는 남자였고, 난 그런 그가 좋았다.
나는 그와 비를 맞으며 청계천을 걸었다. 비가 오는 날 조금 취한 우리는 그렇게 청계천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냥 서울놈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녀석에게 벽을 쳤었던 나는 그날 밤 ‘서현석’이란 人間에게 꽤 깊게 매료되었던 거 같다. 고작 비 맞고 걷는 게 뭐라고… 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와 비를 맞으며 논 그 순간, 우린 마치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마냥 순진 무구 했으며 진정으로 그 순간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와 단둘이 라오스를 여행했다. 친구와 단둘이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 이였다. 우리는 경비행기에서 죽음의 공포에 함께 사로 잡혔고, 좁디 좁은 야간버스에서 서로 몸을 붙여 잠들기도 했었고, 그저 물위에 둥둥 떠있기도 했지만, 여행 기간 내내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소맥을 말아 마셨고, 그곳이 어디든 스피커를 들고 다니며 춤을 추는 靑春 이였다. 나는 그와 나눈 그 靑春의 시간이 참 좋았다.
나는 그와 많은 술을 마셨다. 그는 언제나 나와 술을 마시면 술에 취했고, 다음 날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을 못하기도 부지기수였지만 언제나 우리의 술자리는 따뜻했고, 깊었고, 행복했다. 그는 이야기를 들을 땐 언제나 경청했으며, 가끔 어떤 주제에 대해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지만 언제나 마지막의 그는 술에 얼큰하게 취해 조금 풀린 사람처럼 헤헤헤 하고 웃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마지막 헤헤 거림이 항상 참 좋았다.
나는 그와 수다를 많이 떨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둘 중 누구라도 무료하고 졸린 순간이면 언제나 서로에게 말을 걸어 ‘안내 데스크 반대편에서 만나자’(안.반.만) 라고 이야기하고, 가만히 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간은 소소했지만 그 시간안에는 당시 우리가 함께 공감하고 고민했던 우리의 많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언제나 불러 내어 사소한 내 이야기 하나 하나 다 할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직도 나는 서현석에 대해 잘 안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난 서현석의 ‘친구’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난 그의 당당함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생산적인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을 좋아하며 건강하게 삶을 살아나가는 그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
미국에서의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종종 그와 보냈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추억하고, 그와 나눴던 공간의 사진을 보며 왜 그때 조금 더 좋은 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후회하기도 한다. 이 글을 준비하고, 쓰는 몇주간 나는 조금 더 깊게 그와 나눈 이 시간, 공간, 순간을 추억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그는 나에게 좋은 친구다.
처음 글을 시작하며 나는 그의 외모는 그가 지닌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금도 그렇다. 그의 매력 포인트는 한없이 많지만, 나의 이 기술어구가 종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그의 매력을 말의 감옥에 가두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 이만 펜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