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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비즈 Jun 26. 2020

막내딸 같은 강아지, 이젠 장례도 사람처럼?

애완견이 사람처럼 우대받는 "펫 휴머나이제이션"


한 때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 불렀다. 여기에는 단순히 동물을 기르며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애완동물 대신에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더 널리 쓰인다.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넘어 집에서 같이 자고 같이 밥을 먹는 가족의 의미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대명사 격인 개들은 애완견보다는 반려견으로 불리며,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룸메이트가 되어주고 늙은 부모님에게는 귀여운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 더 이상 개는 '집 지키는 개'의 용도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설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명절 선물 세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다양한 식품기업들이 개나 고양이를 위한 선물세트를 출시하며 펫팸(Pet과 Family의 합성어)족의 주머니를 공략한 것이다.


반려견을 위한 설 선물세트 / 출처 동아비즈N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반려동물 사육 인구수는 1,500만 명에 가까우며 연관산업 규모는 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지출액은 연 10%를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이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잡으면서 더 많은 소비와 지출이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완견이 사람처럼 대우받는 것이 점점 당연해지는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시대의 변화상을 살펴봤다.


각광받는 프리미엄 펫푸드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2017년에는 8890억 원, 2018년에는 1조 원에 다다를 것으로 추정된다. CJ, 하림, 동원F&B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단순히 공급량만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재료와 품질도 함께 성장중이다. 내 가족이 먹는 것은 당연히 건강하고 좋은 음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개밥', '개사료'라고 하면 질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개 사료에 들어갔던 '육분'이라는 고기 분쇄물은 동물 가죽이나 살처분한 동물 사체로 만든 원료다. 원산지나 생산공법을 따지지 않고 사료를 구매했던 과거에는 굳이 좋은 재료를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밥'도 퀄리티를 따져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좋은 재료와 깨끗한 설비를 강조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림펫푸드의 '더리얼' 사료다. 더리얼 사료는 100% 휴먼그레이드 제품으로 사람이 먹는 것과 똑같은 재료로 만들었다. 육분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하림에서 공급하는 닭, 오리, 소고기, 연어 등 생고기를 사용해 만든 사료다. 더리얼 외에도 옥수수 대신 병아리콩을 넣은 제품, 수제로 만든 유기농 간식 등 다양한 프리미엄 펫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1kg에 2~3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많다. 1kg에 천 원도 안 되는 일반 사료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펫팸족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과감히 펫푸드에 큰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


하림펫푸드의 더리얼 사료 / 출처 하림펫푸드 홈페이지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비건(Vegan) 트렌드를 적용한 비건 펫푸드도 등장하고 있다. 채식을 하는 비건 주인이 자신의 가족인 반려동물과 함께 채식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비건 펫푸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비건 펫푸드가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지만 지난 1월에 열렸던 비건페스타에 몇몇 제품이 등장하는 등 서서히 도입되는 분위기다. 다만,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영양 불균형이나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해외의 비건 펫푸드 /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펫시터부터 장례까지, 펫 서비스


먹는 것을 넘어 반려동물과 관련된 서비스도 인간화되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 돌봄 업체가 제공하는 펫시터(petsitter) 중개 서비스다. 과거에는 주인이 집을 비울 경우 강아지를 그냥 집에 두거나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혼자 남은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보살필 사람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치 아기를 베이비시터(babysitter)에게 맡기듯 반려동물을 펫시터에게 맡기는 것이다. 소비자의 집으로 펫시터가 출장을 오는 것과 펫시터의 집에 반려동물을 맡기는 것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호에 맞게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펫시터를 집으로 부르거나 펫시터 집을 선택해 반려견을 맡길 수 있다. / 출처 도그메이트 홈페이지


아픈 반려동물을 위한 펫보험 상품도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의 펫보험들은 보장이 안 되는 영역이 많아 가입률이 매우 낮았고 보험회사에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반려동물들의 수명도 늘고 병원에 데려가는 횟수도 늘어나면서 주인들의 병원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술 한 번에 수백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어 병원비 부담 줄이기 위해서라도 펫보험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 보험회사들은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한 새로운 펫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죽은 다음을 위한 펫 휴머나이제이션 서비스도 있다. 폐기물 관리법상 집에서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이기 때문에 땅에 묻으면 안 되고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배출해야 한다. 막내딸로 여겨왔던 강아지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는 것은 펫팸족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애완동물 장례전문 업체다. 이들은 합법적인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소 낯설 수 있는 반려동물 장례 절차를 도와주고 필요한 장례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 이들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반려동물 납골당 / 출처 파트라슈 홈페이지, 엔젤스톤 홈페이지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와 무관하게 펫 휴머나이제이션 관련 시장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1인 가구의 증가,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펫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마켓 리더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펫푸드, 펫테크, 펫서비스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더욱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펫 산업 시장에서 어떤 제품과 서비스들이 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비즈 이태희, 장재웅
inter-biz@naver.com


참고 자료

- 지인배, 김현중, 김원태, 서강철. (2017).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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