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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망 May 31. 2018

폭발의 촉매제 빅쇼트,
그리고 똑똑한 사기꾼 골드만삭스

골드만 삭스는 왜 서브프라임 이후 소송에 휘말렸을까?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고공행진하다가 "떡락"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돈을 잃은 후에야 "아 미리 팔걸" 이라며 후회했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의 부동산도 똑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타임머신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주택을 미리 팔아버렸을텐데"라는 말을 했을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투자은행이고 "주택값은 모두 버블이며 사람들은 조만간 상환을 하지 못할것이고, 이 금융 파티는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최대한 빨리 남아있는 MBS(주택담보증권)를 팔아버려야 했을 겁니다.

 가지고 있는 것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일, 분명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흥미로운건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저 "빨리 팔아버리기"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는겁니다. 바로 이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데에 돈을 배팅하는 방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bigshort, 즉 공매도(short)입니다.

인사이드잡, 빅쇼트, 마진콜 이 세영화 꼭 추천합니다!



01

공매도란?


시작하기에 앞서 공매도가 뭔지 설명을 해야할 텐데요.

 일반적으로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방법은 주가가 오를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구매한 후, 해당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판매하여 차액을 얻는 것 입니다. 하지만 쇼트(공매도)는 그와 반대로 주식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이에 배팅하여 돈을 법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구요? 방법은 "미리팔고 나중에 사는것"입니다.


 제가 47달러짜리 틴더주식이 향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가정해봅시다.

페이스북 데이팅서비스 출시때 폭락한 매치그룹의 주가

 저는 4월 30일에 47달러짜리 주식 10개를 빌린 후 판매하여 470달러를 획득합니다. 이후 5월초 주가가 35달러로 떨어졌을때 이 주식 10개를 사는거죠. 그러면 350달러로 470달러, 즉 120달러를 벌게 된 셈입니다.

 이 공매도는 시장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고, 주식거래를 늘릴 수 있으며, 버블을 방지할수 있습니다.




오호 그럼 공매도는 좋은건가요?





 공매도에 대한 견해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공매도의 본질적 가치가 "기업가치의 하락"에서 나온다는게 문제인데요. 이는 공매도에 배팅하는 세력들로 하여금 기업가치가 하락하기를 바라게 만듭니다. 이들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가짜뉴스, 부정적인 기업보고서를 써낼 여지가 있죠.

 또한 하락장에서 공매도에 배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원래 100원만 떨어질 주가가 300~400원씩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더 심각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가 이 공매도로 꼽힙니다.





언뜻 불법이라는 얘기를 들은것 같은데요!






 이 공매도는 차입공매도와 무차입공매도로 나뉘는데요. 우리나라에선 개인이 공매도를 할 수 없으며 무차입공매도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금지됩니다.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형태입니다. 이때 고객들은 증거금(보증금)을 담보로 내고 주식을 빌려와야 합니다. 하지만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는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일단 주식을 매도할 수 있습니다. 차입 공매도와는 달리 담보가 없어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불이행 염려가 있기때문에 금지되어있죠


최근에 핫한 이슈인 삼성증권도 실수를 빌미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02

CDS : 서브프라임 당시 공매도의 도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공매도는 CDS라는 일종의 보험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CDS는 특정 기업/증권이 파산할 위험을 사고팔수 있게 하는건데요.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상대방에게 수수료를 주는 대신,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나거나 채무가 불이행될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보상을 받도록 설계된 것이죠. 이를 통해 어떤 기업이 파산할 경우 그 기업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되는데, CDS는 이러한 손실을 떠안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CDS 구매자는 파산 등 신용 위험을 이전하는 대가로 CDS 판매자에게 CDS 프리미엄(premium)이라는 수수료를 주기적으로 지불합니다. 만약 계약 만기 이전에 해당 기업이 파산하지 않으면 CDS 매도자는 CDS 프리미엄만큼의 수익을 챙기고, 파산할 경우 프리미엄 지불은 중단되며 CDS 매도자는 사전에 정해진 손실 보장 금액을 CDS 매입자에게 지불합니다.


일반적인 형태(hedge 목적)는 이렇습니다.


    1. 골드만삭스가 리먼브라더스에게 1억달러를 빌려줍니다.

    2. 골드만삭스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할 것이 두려워 보험회사 AIG와 3년만기 CDS를 채결합니다.

    3. 골드만삭스는 계약기간동안 일정금액(프리미엄), 약 2M달러를 매년 AIG에게 지급해야합니다.

    4. 이때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 AIG는 골드만삭스에게 1억달러를 줘야 하는거죠.


이때 CDS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CDS를 활용한 거죠. 골드만삭스는 프리미엄을 비용으로 쓰는 대신 1억달러가 통채로 날아가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CDS는 아까 언급한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형식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투기적 성향이 짙어질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겠습니다.


    1. 헤지펀드 존폴슨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2. 골드만삭스가 리먼브라더스에게 1억달러를 빌려줍니다.

    3. 존폴슨은 골드만삭스-리먼브라더스의 채권에 대한 CDS를 AIG에게 구매합니다.

    4. 존폴슨은 계약기간동안 일정금액(프리미엄), 약 2M달러를 매년 AIG에게 지급해야합니다.

    5. 이때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 AIG는 존폴슨에게 1억달러를 줘야 하는거죠.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존폴슨은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CDS프리미엄의 비용(연간 2M)으로 1억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CDS가 위험 회피가 아닌 투기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죠.





03

터지기 직전의 존폴슨, 골드만삭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2007년의 골드만삭스와 존폴슨(John paulson)등으로 대표되는 금융회사들은 모두가 CDO/MBS로 금융파티를 즐기고 있을때

"이거 시한폭탄인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동산시장 폭락을 예상한 존폴슨은 금융회사/보험사들에게 이 CDS를 구매하기 시작하죠.
 
  
 부동산시장의 꾸준한 성장 그리고 높은 상환률, 그리고 높은 신용평가등급을 감안했을때 CDS를 사는 것은 바보같은 행위였을겁니다. 덕분에 헤지펀드들이 지불해야할 CDS프리미엄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었고, 이후 CDO의 원금을 상환받은 이들은 엄청난 이득을 취했습니다.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어마어마한 욕을 먹고 소송에 휩싸였는데요.

  




그냥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고 하는거면 별일 아닌거 아니야?

싶겠지만 여기엔 몇가지 윤리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04

골드만삭스가 욕을 먹는 이유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돈을 번 이유, 그리고 소송에 휩싸인 이유를 몇가지 예시로 정리해봤습니다.




04-1

골드만 삭스와 존폴슨의 합작 : Abacus
  



 골드만 삭스는 존폴슨과 함께 만든 CDO를 발행했습니다. 이때 존폴슨이 80개중 66개의 mbs를 추천했죠. 사람들이 돈을 안갚아서 CDO가 망하면 돈을 버는 존폴슨과 함께 CDO를 만들다니.. 당연히 해당 CDO는 망하기 직전인 mbs로 가득차 있었겠죠?

 골드만 삭스는 이 Abacus라는 CDO를 유럽의 투자자들에게 판매했고, 해당 CDO에대한 CDS는 존폴슨에게 판매했습니다.


기억이나질 않습니다를 남발한 골드만삭스의 대표


 아니나다를까 Abacus는 1년도 되지 않은 2018년 1월 MBS의 신용등급이 99% 하락했고, 여기에 투자한 유럽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입었습니다. 그동안 CDS에 걸었던 존폴슨은 어마어마한 수익을 냈죠.
 이 Abacus는 골드만삭스가 존폴슨과 함께 CDO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기에 가장 오랜 소송을 벌인 사례입니다.

  




04-2

가라앉는 배에서 도망가기 : Timberwolf


 또한 골드만삭스는 곧 꺼질것이라 예상되는 CDO를 빠르게 팔아치웠습니다. 물론 투자자들은 모르게말이죠. 이 상황은 마진콜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붕괴 직전 이를 알아버린 금융회사의 상황


 2007년, 즉 CDO가 터직기 직전에 골드만삭스가 팀버울프 CDO를 호주의 헤지펀드 베이시스 캐피털에 판매했습니다. 분명 골드만삭스는 해당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있었습니다. 사내 이메일로는 이건 shitty cdo야 라는 등의 언급이 있을정도였죠.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에게 팀버울프는 안정화된 상태이며 투자적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투자한지 2주 반만에 골드만삭스는 베이시스 캐피털에게 마진콜(CDO의 가격이 일정금액 이하로 내려갈 경우 강제로 해당 CDO를 청산함)을 요구했고 해당 헤지펀드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봤죠.

  




  



03

CDO를 발행하는 CDS구매자



 당시 5대 투자은행이었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중 리먼브라더스는 파산, 베어스턴스 는 JP모건에게,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게 인수당하고말았습니다.


좌측 모건스탠리 우측 골드만삭스의 주가

하지만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잠깐 휘청한 후 다시 급격한 상승을 이뤄냈죠. 특히 골드만삭스는 단 2년만에 최고주가를 찍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골드만 삭스가 실질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CDS로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CDO를 발급하는 곳이 CDS를 구매하는 것을 쉽게 말하면


집을 파는 사람이 집에 불이 나면 돈을 버는 상황입니다.


 이는 분명 투자자들에게 막심한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설령 그런다 할지라도 최소한 이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했죠.


 골드만삭스는 부동산 버블이 끝에 올랐을 즈음

    겉으로는 부동산이 팔팔하니 우리 CDO는 매우 안전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엄청나게 많은 돈을 CDS를 구매하는데 투자하면서 CDO가 폭락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았습니다.





 이때 가장 큰 피해를 본 회사는 CDS를 신나게 발급한 AIG인데요. 이 AIG는 CDO의 안전성을 믿고 충당금도 없이 투자자들(주로 골드만삭스)에게 CDS를 발급했습니다. 어마어마한 CDS를 발급한 AIG는 주택붕괴 이후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하지만 미 연방정부로 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약 1440억달러의 세금을 낭비했으며 그중 대다수는 다시 골드만삭스로 넘어갔죠. 지난 포스팅때 말한 Too big to fail의 가장 정확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골드만 삭스는 똑똑했습니다.
전세계가 휘청일때도 혼자 영리하게 위험을 기회로 만들었으며, 최고의 위치에 있게 되었죠.
하지만 골드만 삭스 및 당시 금융기업들이 전세계에 일으킨 폭풍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윤리와 막대한 이익/손해를 앞에 뒀을때 윤리를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을겁니다. 당장 mbs를 팔아버리지 않으면 막대한 손해를 입는 기업이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해 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하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마진콜이라는 영화가 이에대한 금융인들의 고민을 잘 나타내줍니다).


 여기서 그들이 윤리적 방향을 택하게 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 및 법률이 하는 것이겠죠. 반복되는 금융위기속에서 시스템은 이들이 윤리를 택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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