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하나 없이 영국을 장악한 IT회사
IT와 자동차를 합친것보다도 더 큰 규모의 시장
2013년부터 연평균 3.3%씩 성장하고 있는 시장
생각나는게 있으신가요?
빠른 성장과 큰 규모, 엄청난 첨단산업인가..?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땡!입니다.
의외로 이 시장의 주인공은 바로 '식품'인데요.
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아직도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은
2017년, 무려 6조달러를 넘기며 그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 시장은 가장 발전이 더딘 곳이기도 합니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를 예측했던 스캇 갤러웨이 교수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죠.
“식료품 마켓은 미국에서만 7,5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재 부문입니다.
하지만 슈퍼마켓에 간다면 여기는 1985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클릭 몇번으로 과테말라의 커피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직 우리는 한결같은 모습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리테일시장에서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아마존도
식료품 배송 서비스는 비교적 최근에야 도전했는데요.
그나마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작년 홀푸드 인수도 이런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이죠.)
왜 식료품 배송은 아직도 활성화되지 못했나요?
가장 큰 문제는 신선도입니다.
신선식품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지 않아도 만족스러울 정도의 식료품을 배달하려면
1) 먼저 상품을 1~2일 이내에 빠르게 배송해야 할겁니다.
2) 그런데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선 상품들을 미리 준비해둬야 하죠.
3) 그런데 이렇게 준비해둔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또 신선도가 떨어질 것입니다.
즉, 빠른 배송과 저장기간 최소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거죠.
빠르게 배송하려면 저장기간은 늘어날텐데 말이죠..
오늘 소개할 기업은 그 어려운걸 해낸 회사입니다.
이름부터 신선함의 상징인 아보카도에서 유래한 OCADO인데요.
오카도는 대형 마트의 공룡 TESCO가 있는 영국에서 무려 가정의 70%를 사로잡았습니다.
스스로를 IT회사라고 부르는 이 회사가 두마리 토끼를 잡은 방법은 뭘꺼요?
오늘은 마치 '4차 산업혁명의 교과서'를 보는 듯한 이 기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입하 > 입고 > 피킹 > 패킹 > 배송
유통회사들은 다양한 기업들의 상품을 공급받은 후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즉, 온라인으로 상품을 팔기 위해선 상품을 받아서 보관할 곳이 필요하죠.
이러한 역할을 하는 장소를 fulfillment center 혹은 물류센터라고 부르는데요.
일반적으로 물류센터는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를 따릅니다.
각각의 과정은 다음과 같은 작업을 수반합니다.
1) 입하 : 트럭에서 상품을 내리면서 상태/수량 확인
2) 입고 : 입하한 상품을 지정된 위치에 저장
3) 피킹 :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의 특정 위치에서 상품을 가져옴
4) 패킹 : 가져온 상품을 (함께 주문된 다른 상품과) 포장
5) 배송 : 비슷한 지역의 박스들을 모아 배송
대부분의 경우 이 모든 과정은 사람의 힘으로 운영되는데요.
매일 기술혁신을 외치는 한국도 이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덕분에 국내에서 물류센터는 '지옥알바'의 상징이 되었죠.
이런 구조는 크게 두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1) 인건비
: 오카도 andover지점 기준 물류센터는 매주 6만5천건의 주문을 처리해야합니다.
하루에 10,000건 이상을 처리할 사람들을 모두 고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최저임금이 11,300원(25세 이상, 2018년)인 영국의 경우라면 더 심각하겠죠.
2) 처리시간
: 단순작업에 있어서 사람은 기계의 효율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특히 상품을 특정 위치에 저장하고 이를 다시 피킹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죠.
오카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센터를 '기술의 보고'로 만들었습니다.
그리드 시스템과 그리퍼, 자율주행 자동차
아래 그림은 오카도가 최근 andover에 건설한 물류센터의 구조입니다.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입고 : 재고의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며 부족할 시 자동으로 공급업체에 주문
2) 피킹 : '그리드'에 저장된 상품을 로봇이 들어올려 패킹단계로 이동
3) 패킹 : 상품들은 '그리퍼'라는 로봇에 의해 봉투에 포장
4) 배송 : 포장된 상품은 '카고팟'이라는 자율주행자동차로 배송
마치 미래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곳인데요.
하나하나 뜯어봤습니다.
전통적인 물류 프로세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것은
지정된 위치에 제품을 저장하는 것,
그리고 주문요청시 그를 다시 가져오는 것 입니다.
오카도는 그리드 시스템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모두 효율적으로 활용합니다.
오카도의 시스템은 공급업체의 상품을 받으면
이 상품들을 축구장 3개 규모 거대한 큐브로 보냅니다.
약 11만개에 달하는 이 칸에는 낱개의 상품들이 담겨있죠.
주문이 들어오면 직육면체 형태의 로봇이 큐브위를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약 1100개의 로봇들은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작업을 수행하는데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에서 가장 가까운 로봇이 이를 가지러 갑니다.
2) 주문받은 상품이 최상층에 없다면, 근처에 있는 로봇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3) 도움을 요청받은 로봇은 위의 박스를 치워줍니다.
4) 박스를 획득한 로봇은 이를 패킹하는 곳으로 보냅니다.
이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고 1초에 4미터씩 이동하면서 주문을 처리합니다.
로봇들은 5분에 50건의 주문을 처리하는데요,
같은 작업을 사람이 한다면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네요.
이제 선택된 상품을 봉투에 담을 차례입니다.
이 부분 역시 상품을 옮겨담는 단순작업이기에 자동화의 여지가 있습니다.
문제는 상품별로 잡는 세기를 다르게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복숭아를 파인애플 잡듯 잡는다면.. 아마 봉투에는 복숭아 즙이 가득하겠죠.
최근 오카도는 컴퓨터비전기술을 활용하여
5만여개의 상품의 종류를 인식하고
적절한 악력으로 상품을 들어올리는 '그리퍼'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습다.
현재 andover 물류센터에 가면 포장을 하고있는 사람들 옆에서
각종 과일과 채소, 통조림을 집는 연습을 하고있는 그리퍼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이제 패킹된 상품들이 배송될 차례입니다.
오카도의 배송 차량은 내부에 설치된 센서 및 컴퓨팅 장치가
차량위치, 속도, 연료소비, 제동, 온도 등 다양한 정보를 클라우드에 전송합니다.
이 데이터는 운전자에게 최적 배송 경로를 알려주는데 활용되는데요.
배송받을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트럭의 위치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타트업 OXBOTICA와 함께 만든 자율주행자동차 'Cargo pod'입니다.
작년 7월 런던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이 자율주행자동차는
8개의 상품을 운전자 없이 배송할 수 있습니다.
(돌발상황을 대비하여 직원이 트럭에 타고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술들을 통해 오카도는
빠른 배송과 저장기간 최소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는..?
2016년 아마존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가 영국에 진출한 이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중입니다.
또한 생산성이 입증되면서 자동화 솔루션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거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2018년에 주가도 3~4배 가까이 올랐네요.
현재 오카도는
영국의 모리슨, 프랑스의 카지노, 캐나다의 소비스, 스웨덴의 ICA 등
유럽/북미의 대표적인 유통기업들에게 자동화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6월에는 미국의 최대 슈퍼마켓체인 '크로거'에게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런 모습을 보고
자신을 위한 솔루션을 만드는 아마존은 mac OS를 만든 애플이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드는 오카도는 Window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네요.
효율적인 유통회사를 넘어,
정말 IT회사가 되어가고 있는 오카도의 미래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