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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스머프 Mar 07. 2024

나이 든 퇴사자의 웹소설 쓰기

3. 제목의 법칙(1)

웹소설 제목을 정하는 작업은 웹소설 작성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한 순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제목이 웹소설 성공의 8할은 결정한다라고 할 수 있다.

(직접 써보니 8할은 좀 오바고 5할은 된다.)


물론 제목이 아무리 좋아도 작품이 웹소설의 법칙에서 벗어나거나 작가의 필력이 달리면 성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첫 편을 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제목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설 쓰기 전부터 엄청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최고의 제목을 결정하기 위해 고심을 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제목은 내가 습작을 하는 도중에 문득 떠오른 걸로 해도, 혹은 애초에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당시 떠오른 이미지 자체를 글로 풀어서 써도 상관이 없다.


한마디로 너무 길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웹소설의 제목에는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이 숨김없이 다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현재 문피아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는 작품의 제목들을 예로 보자.


문피아를 예로 드는 이유는 이 플랫폼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 계의 등용문 역할을 하면서도 주도적인 생명력을 가진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웹소설은 투고만 받는데, 개인이 그냥 글을 써서 투고할 순 없고 출판사를 거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신작이 나온다기보다는 문피아에서 유명해진 작품을 유료로 배포하는 방식으로 봐야 한다.


물론 네이버의 챌린지리그, 카카오의 스테이지가 있지만 문피아에 비하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2024년 3월 7일 오후 9시 45분 현재 문피아 투데이 베스트

자, 이게 문피아의 투데이 베스트, 일명 '투베'다.

나중에 웹소설 용어에 대해서도 따로 얘길 하겠지만 웹소설 용어는 거의 다 줄임말이라고 보면 거의 맞다.


이 유치 찬란한 제목을 보라.

솔직히 나는 1위를 하고 있는 '레벨업 하는 로그'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게 나이 든 퇴사자의 한계다.

2위는 '겨우 강해졌는데 회귀해 버렸다'인데 이것만 봐도 대충 감이 온다.

3위 역시 하남자가 뭔지 몰라서 패스.

4위 '톱스타들이 내 음악을 너무 좋아함'은 딱 봐도 감이 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딱 봐서 감이 오는 것'+'그 상황에 내가 처한 다면 진짜 좋겠다'라는 것이다.

4위 제목이 웹소설의 정석 같은 제목이라 하겠다.

그 밖에도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알고 독자로 하여금 내가 이 글의 주인공이라면 참 좋겠다는 어떤 부러움이랄까, 대리만족이랄까 하는 것들을 줄 수 있는 제목이다.

8위까지도 그런 제목의 정석이다. 


참고로 내 소설의 제목은 '1950 검은 머리 빌보드 매니저'다.

사실 좀 아쉬운 제목이긴 하다.


그래서 어쩌면 중간에 바뀔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열흘 남짓밖에 연재 기간이 안 된 것치고는, 그리고 사실상 나의 데뷔작이라는 것 치고는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최근에 나오자마자 센세이션 한 반응을 일으켰던 소설의 제목은 '아포칼립스에 집을 숨김'이라는 소설인데,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더라.

문피아

왜 그렇게 도입부가 좋다고 난리가 났는지는 읽어봐도 잘 모르겠지만 나름 웹소설 전문가들이 참 괜찮은 도입부라고 입을 모으는 걸 봐서는 배울 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


어쩌면 너무 잘 되었다니까 그냥 보기 싫은 걸 수도 있다.

천만 영화 잘 안 보게 되는 심정으로. ㅎㅎ


그렇다면 제목의 정석은 뭐냐?

첫째, 제목만 보고도 전체 내용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는 제목.
둘째, 독자에게 기대감을 주면서 대리만족이 가능한 제목.
셋째, 가능한 웹소설 독자들이 공유하는 단어를 쓴 제목.

이것만 맞추면 된다.


첫째, 둘째는 그냥 봐도 이해할 만한 내용이니 셋째를 설명하겠다.


나의 제목에서 '검은 머리'라는 그냥 단어가 아니다.

웹소설 독자들은 검은 머리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검은 머리 미국 대원수' 같은 과거에 유행했던 소설을 떠올린다.

문피아 제공

그러면서 웹소설 독자들은,

아, 한국 사람이 미국의 과거 어느 시기로
회귀, 혹은 환생해서 이미 진행된 역사를 바꾸고
한국에 이로운 일을 하겠구나.
결과적으로 국뽕이 차오르겠구나.

라고 예상한다.


제목에 이렇게 독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키워드를 넣음으로써 나도 웹소설 좀 봤어, 이것도 익숙한 내용이니 내 것도 한 번 봐줘 하고 어필할 수 있는 거다.

 

제목만 유치한 줄 알았더니 작가도, 내용도 허무맹랑하고 유치하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보면 그런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 거다.


잘 된 작품은 꽤 재밌으니까.


참고로 위에 소개한 작품은 미국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재밌게 볼 수 있을 만한 작품이지만 사실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웹소설은 마치 카드 뉴스를 읽듯이 쭉쭉 읽어 나가다 보면 다음 편을 기대할만한 이야기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볼 때 머리 아플 필요가 전혀 없다.


물론 내 소설처럼 뭔가 알려주고 싶고, 또 그 시대를 잘 묘사하려고 노력한 경우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웹소설 제목의 법칙에 대해서 말했으니 다음에는 왜 제목을 저렇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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