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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스머프 Mar 13. 2024

나이 든 퇴사자의 웹소설 쓰기

4. 제목의 법칙(2)

우선 전 글에서 내 소설의 제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바꿨다.


1950 검은 머리 빌보드 매니저-->1950 미국에서 K-POP식 매니지먼트


요렇게 교체 됐다.

실제로 제목이 바뀌니 반응도 좀 더 좋아졌다.


그렇다면 제목은 왜 이런 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오늘 해볼 생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웹소설 제목은 왜 유치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지금 나는 모든 웹소설 제목이 유치하다 쪽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기발하다 쪽으로 보인다.


나는 이미 웹소설을 대하는 눈이 바뀐 거다.

다른 사람의 제목을 보면서
나는 왜 저런 제목을 짓지 못했는가!
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럼 제목의 특징을 보자.

일단 서술형이다.
그리고 웹소설 독자들에게만 익숙한 키워드가 숨어 있다.
여기에 위트가 섞이면 대박 조짐이 보인다.


예를 들면, 무림 속 공무원으로 살아남는 법처럼.

무림에서 공무원이라니, 그런데 생각해 보면 무림이라고 공무원, 즉 나라의 관리들이 없을 리가 없다.

문피아

그런데 보통 무림은 강호를 뜻하고 강호는 공권력이 닿지 않는다.

여기서 약간의 재미 요소가 생기는 거다.


공무원이 무림에서 살아남는다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공무원의 생리와 무법지대인 무림을 접목해보면 우스운 장면 몇가지는 떠 올릴 수 있다. 독자 스스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제목은 참 잘 지은 제목이라 할 수 있겠다.


웹소설 제목은 일반 소설이나 시나리오의 로그라인과 유사하다.


로그라인은 예전 항해사들이 지도에 항로를 그린 일지를 가리키던 용어인데, 영화계에서 이를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요약한 핵심적인 한 문장"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로그라인은 단순 줄거리 요약이 아니고, 핵심적인 한 문장이다.


그렇다면 왜 웹소설 제목을 
로그라인 같은 문장으로 써야하는냐?

그 이유는 독자들 때문이다.


웹소설 독자들은 그 유치해 보이는 제목을 선호한다.

그들은 좋아하는 장르가 분명한 사람들이다.


로맨스는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 무협지는 예전부터 안 본 사람, 판타지라면 무조건 보는 사람, 혹은 나처럼 자동으로 거르는 사람 등등 취향이 확고하다.


기본적으로 남성향, 여성향으로 우선 갈리고, '장르'라는 세부 갈래로 나뉘며, 키워드 별로 또 나뉜다.

얼마나 많은 갈래가 있는지 일일이 설명하기는 너무나 힘들다.


그냥 수백개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 와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키워드가 있는 작품을 귀신같이 찾아본다.


그래서 소설에는 반드시 독자들이 찾을 수 있는 키워드가 들어가야 하는 거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기 전에 그 소설이 과연 내가 읽을 만한 소설인가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1화를 읽어 보고, 혹은 무료 회차를 다 읽어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니다.

제목만 보고 선택을 한다.


따라서 작가들은 '내 소설이 이런 거예요'하고 
제목으로 소개를 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웹소설 제목을 꼭 문장의 형식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웹소설에도 무협을 기반으로 한 경우 네 글자 제목이 많다.


'화산귀환'이나 '검마일록' 등 고전적인 무협지 제목도 많이 사용된다.

그 외에도 '근육조선' 같은 대체역사물에도 짧은 한자어 제목이 쓰였다.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나도 포함해서) 이런 착각을 한다.


내 생각은 엄청나게 기발한 거고,
이건 아무에게나 밝힐 수 없는 대단한 반전 스토리야.
그러니 독자들을 놀라게 하려면 꽁꽁 숨겨 둬야 해.


나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소설 같은 시도는 절대 아무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1950년대 음악계에 일가견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높아야 쓸 생각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러나 내 생각은 정확히 틀렸다.

문피아에는 내 소설보다 아주 조금 먼저, 혹은 거의 같은 시기에 아래와 같은 소설들이 나와 있었다.


로큰롤, 발 없는 새가 되다

1955 미국의 역대급 음악천재

케이팝으로 돌아온 빌보드 프로듀서


아직 셋 다 읽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거의 같은 발상이라는 것은 제목만으로 알 수 있다.

심지어 위에 두 개 소설은 분명 내 소설과 마찬가지로 엘비스를 다룬 것일 테고.


물론 내 소설만의 무기는 있다.

나는 엘비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뒤로 계속 팝스타들을 매니지먼트해 나갈 거거든.

마이클 잭슨까지.


그러니까 웹소설은 숨기지 말고
제목부터 모든 걸 까놓아야 한다는 거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말하면 수많은 소설 가운데, 그것도 상당수의 독자를 이미 확보한 작가들이 즐비한 웹소설계에서 신인 작가가(그것도 나이가 지긋한 신인 작가가ㅎ) 내 소설을 눈에 띄게 하려면 제목을 잘 짓는 수밖에 없다.


내가 확신하건데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대부분은 그냥 이 글을 읽고 끝이다.

뭐, 몇몇은 링크도 들어가 보고 웹소설 좀 읽어 보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구나 하고 끝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면, 외부에서 다른 글을 보고 웹소설로 유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거다.

한마디로 광고가 안 통한다.


그러니까 네임드가 아닌 작가의 마케팅 수단은 오로지 제목뿐이다.

그래서 반드시 제목에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거라는 것을 넣어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표지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

표지를 보고 유입이 되었다가도 1편 보고 돌아서는 사람이 많다.


내가 웹소설에 관해 전혀 모르고 쓴 좀비 관련 소설도 표지는 좋았고, 1편 유입은 많았다.

하지만 진짜 2화부터 귀신같이 아무도 안 보더라.


너무 하나의 사례만으로 일반화 하는 것은 아니냐고 묻고 싶다면, 그냥 쓰고 싶은 데로 써 보시라.

분명히 다 망함.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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