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2017년 6월 16일,
솔이가 최초로 김치를 먹었다.
입이 짧은 솔이에게
우리는 뭔가 빨리 먹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제 할머니가 여러차례 김치의 유혹을 했드랬는데
6월 16일, 드디어 솔이 입에서 김치를 먹겠다는 선언이 터져나왔다.
할머니는 김치를 물에 씻어 주었다.
그런데 1차 시도에서 밥에 김치를 얹어 먹었던 솔이는 기어이
밥을 뱉어내고야 말았다.
순간
어릴 적 알약을 처음 먹었을 때의 이물감이 느껴졌다.
아, 새로운 무언가를 먹는 것이 누군가에겐 힘든 일일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2차 시도에서 밥과 김치를 분리하여 먹은 솔이가
마침내 김치를 삼킨 것이다.
솔이는 가슴을 가리키며 '김치가 꿀꺽 넘어갔어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던 솔이는 계속계속 김치가 맛있다며
김치를 달라고 했다.
김치 먹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모든 걸 당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세상은
이다지도 힘든 것이었구나.
이제 으레 김치가 올라오는 밥상,
솔이는 어제 김치를 먹더니
'아, 개우운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 파나 마늘 같은 것들을 먹기가 정말 두려웠던 것 같다.
'남자가 이것도 못 먹냐"는 성차별적 발언에 분노를 느끼며 그것들을 먹으려 노력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파나 마늘은 지금 내가 가장 좋은 재료이다.
모든 면에서 인간은 다 다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