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314

방귀

by 모래바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솔이의 방귀를 격려했다. 심지어 권장했다. 그건 자연의 현상이므로 마땅히 허용하고 받아들일 일이다. 내가 굳이 격려나 권장 같은 단어를 사용한 것은 우리 사회가 방귀에 가하는 억압 때문이다. 더구나 솔이는 아직 어리다.


솔이는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여 싱싱한 방귀를 내지르곤 했다. 그런데 근래들어 솔이의 방귀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리나지 않는 방귀를 뀌면 냄새가 독했다. 어제는 '솔이의 방귀냄새가 독한 걸 보니 장에 나쁜 균이 많은가보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솔이의 마음에 남았던 모양이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솔이가 피익, 하고 방귀를 뀐다. 내가 말했다. '솔아, 왜 그렇게 방귀를 조그맣게 뀌어, 아빠가 걱정이야. 방귀소리가 너무 작아서.' 그랬더니 잠자코 있던 솔이가 '알았어, 다음에는 세게 뀌도록 할게.'라고 힘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혹시 솔이가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방귀는 소리나지 않게 뀌는 거라는 사회적 약속을 학습하고 있는 게 아닐까, 괜히 미안하기도 하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

SE-4fdc94b7-9556-428b-aff7-b33166df2029.jpg?type=w773 은솔이의 사랑은 가끔 응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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