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요즘 솔이는 인간의 생로병사에 관심이 많다. 특히 '로'와 '사'에 대한 말을 많이 한다. 오늘 아침에도 '아빠, 늙으려면 얼마나 남았어?' 하고 묻는다. 내가 '많이 남았어'라고 대꾸하자 '그래?' 하며 반색한다. 이번엔 '아빠, 죽으려면 많이 남았어, 조금 남았어?' 묻는다. '당연히 많이 남았지'라고 대꾸하자 또 표정이 밝아진다. 종종 말한다. '엄마, 아빠가 안 늙고 안 죽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늙으면 나보다 먼저 죽을거잖아!' 나는 '아니야, 아빠는 안 죽을거야. 아빠 죽으려면 봄이 오십번은 와야돼.'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뭔가 말에 신뢰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무슨 소리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는다. 몇 번 추궁하고 나서야 솔이는 '개같은 소리'라고 말하며 웃는다. '장난이야, 알지? 장난인 거 알지?' 늙음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가슴이 덜컹 한다. 솔이가 두려워하고 있구나.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존재구나. 그런 생각들이 스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네 삶의 실존이 새삼 구슬프다. 솔이도 언젠가는 이러한 삶의 유한함에 대해 슬프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연명하기를 기도할 밖에.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실 나는 라흐마니노프처럼 피아노를 치다가 건반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