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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345

사춘기

by 모래바다


문득 다용도실을 열었는데 솔이가 얇은 실내복을 입은 채로 그곳에 서 있다. 조금은 슬픈 표정으로.

- 솔아, 거기서 뭐해? 추운데......어서 들어와, 아이고 추워!


잠깐 문을 열었을 뿐인데 한기가 온 몸으로 밀려 들어온다. 나는 얼른 솔이의 손을 잡아 끌었다.

- 솔아, 왜 거기에 들어가 있어? 이렇게 추운데?


잠시 망설이던 솔이가 뜻밖의 말을 꺼낸다.

- 나의 가슴에도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서 거기에 있었어.

- ......차가운 바람? 무슨 차가운 바람?

- ......

- 무슨 차가운 바람, 솔아?

나는 당황하며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건 내 가슴에 있지만 설명할 수는 없어!

- 음, 설명할 수는 없어?...... 언제부터...... 찬 바람이 들어왔는데?

- 입학식날부터.

- 입학식? 초등학교 입학식?

- 응.

- 입학식날 왜?

- 그건 내 마음에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니까!

- 아......그랬지?


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그동안 솔이에게 서운했을 법한 일들을 떠올려본다.

잠시 침묵.


그 고요함을 깬 것은 솔이였다.


- 초등학교 4학년 때 온다는 사춘기가 나는 1학년 때 온 것 같아.

- 음...... 그래?

- ......

- ......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떠오르는 말을 성급히 뱉어냈다.

- 그랬구나, 엄마 아빠가 솔이에게 잘못한 일이 있었나봐. 어쨌든 미안해. 솔이를 서운하게 해서.


솔이는 미안하다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화제를 바꿨다.




솔이가 없는 틈을 타 아내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아내도 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는다. 무엇이 솔이의 가슴에 찬바람을 일으켰는지 자못 분위기가 무겁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아내가 솔이에게 물었다.

- 솔아, 뭐 때문에 우리 솔이 가슴에 찬 바람이 들어갔으까?


아내가 분위기를 이완시키며 장난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휴대폰에 몰두하고 있던 솔이가 시큰둥하게 한마디 내뱉는다.


- 응, 그거......동영상에 나오길래 나도 한 번 해봤어. 너무 신경쓰지 마.


뭐라구우우우우우.


대수롭지 않게 휴대폰에 몰두하는 솔이를 보니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성장기 아이들의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세간의 격언도 떠오른다. 그래도 부모는 그게 아니다. 찬 바람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내 가슴에 들어왔던 찬 바람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차가운 겨울, 차다라는 형용사의 날카로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내가 쓸쓸할 때 남들은 모르거든.

내가 쓸쓸할 때 친구들은 웃거든.

내가 쓸쓸할 때 엄마는 다정하거든.

내가 쓸쓸할 때 부처님은 쓸쓸하거든.


-「쓸쓸할 때」 전문

- 가네코 미스즈 시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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