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가수

연지동 일기16

by 모래바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하나 열었다.

컴퓨터에 구겨넣은 음악들을 그때그때 찾아 듣기가 힘들었다.

퇴직 전에 음악 플랫폼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음악들을 모아놓았는데.

들어보지도 못하고 죽게 생긴 것이다.


그래서 채널을 만들었다.

MP3 파일을 MP4로 바꾸어 올려놓으면 접근성도 좋고 정돈도 잘 되리라 생각했다.

당연히 수익창출 같은 것은 되지 않은 채널이라서 마음도 편했다.

매일 조회수나 '좋아요'의 갯수를 신경 쓰면 늘그막에 괜히 피곤한 일 하나 더하는 것일테니까.


주로 7080 노래들을 올렸는데 제목을 '우리가 사랑한 노래'라고 지었다.

그리고 가수별로 올릴 때는 '우리가 사랑한 가수'라고 올렸다.


어느 날 댓글 하나가 달렸다.

'우리가 사랑한 노래'는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사랑한 가수'는 옳지 않다는 거였다.


우리는 그 노래를 사랑한 거지 그 가수를 사랑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나는 '그렇군요'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새삼 인간들의 다양한 사고방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사랑한 가수'란 그저 하나의 레토릭일 뿐인데

그걸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댓글까지 달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내가 우리를 대표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사실 놀라웠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좀 귀엽기도 했다.

이제 갓 태어난 유튜브에 와서 그렇게 진지한(?) 생각을 했다는 것도 그렇고

키보드를 두드려 댓글까지 남겼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는 이 유튜브 쥔장의 무지가 얼마나 답답했을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매일매일 확인하게 되는 것은

인간들의 생각이 정말 다양하고 그 층위도 복잡하여 그에 대처하는 원칙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내가 꼭 옳지 않듯이 그도 꼭 옳지 않다.

2. 채널의 쥔장은 나이므로 여타의 주장들은 무시한다.






#sns#유튜브#댓글을대하는우리의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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