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14
미용실에 갔다.
젊은 사내가 머리를 깎아주고 눈썹까지 손질해 주었다.
눈썹마저 깎아주니 얼굴이 날아갈 듯하다.
눈썹이 이렇게 무거운 거였다니.
평생 커피를 즐기셨던 어머니가 어느 날 말했다.
커피잔이 무거워.
그땐 가벼운 농담으로 여겼는데
이제 나이들어 생각해 보니 그 농담이 아프게 다가온다.
아직 눈썹이 무겁지 않다면 감사할 일이다.
눈썹이 무거워지기 전에 가벼운 얼굴을 즐기시라.
속눈썹까지 붙이는 여인들이여 그 시간을 맘껏 즐기시라.
머지 않아 눈썹마저 무거운 날이 온다오.
어머니, 그때 무거운 커피잔에 공감해주지 못해 미안해.
지금 그곳은 모든 게 좀 가벼운지요.
#눈썹#늙음#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