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13
오래 전,
선생노릇 오래 했다고
퇴직할 때 대통령이 시계 하나를 주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단 한 번도 차지 않았다.
시계줄이 뻣뻣하여 불편했다.
내 삶은 늘 그러했다.
불편하면 하지 않는 것.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시계줄이 편할 리 만무하다.
모든 것은 자꾸 사용해야만 편해지는 것인데
그 과정이 싫어 아예 포기하는 일이나 관계들이 많았다.
들판에서 쑥을 캐는 불편함이
시장에서 쑥을 사는 편리보다 무조건 열등하진 않을 것이다.
뙤약볕을 얼마간 걷는 불편함이
자동차를 타고 그 길을 가는 편리함보다 늘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편리함이 절대 진리는 아닐진대,
살면서 불편을 지나치게 멀리 했다.
이제라도 한번씩
시계를 차야겠다.
직장생활 30년의 수고를 떠올리고 스스로 칭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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