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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 it Sep 02. 2024

친구를 정리했다

슬프지만 필요한 일

20살에 만난 친구를 정리했다. 알고 지낸 세월이 삼십 년인 친구였다. 사람을 물건처럼 정리한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싶었지만 전화번호와 카톡을 차단하고 메일을 지워 버렸다. 그와 함께 마음속에 있던 원망과 미안함도 지워버리기로 했다.


그 친구는 대학동기이다. 한 때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고, 매일 같이 밥을 먹었다.  군에 갔을 때 녀석도 함께 군대에 갔고, 비슷한 시기에 복학해 대학도 동시에 마쳤다. 심지어 서로의 결혼식에 사회를 보아준 인연이 있다. 청춘도 아니고 나이도 꽤 있어 하나의 인연도 소중한 시기임에도 이런 결정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은 나를 쏠쏠하게 잘 사용하는 친구였다. 껄끄럽고 가기 어려운 자리에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주 동행하게 했고, 이유 없이 사라졌다가도 아쉬운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연락을 해왔다. 나와 함께 있을 때 양해 없이 다른 이를(여자를) 불러들이고, 불러들이기 힘들면 쉽게 약속을 깨고 본인의 필요가 있는 자리로 사라졌다. 이런 모든 일이 친하다는 말로 이루어졌다.


그전에는 녀석이 어떤 짓을 했건 전화가 오면 그저 반갑고 좋았었는데, 하나씩 사연들이 쌓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속이 뻔하게 보이는 연락이 부담스럽고 싫어졌다.

 "야 내 마누라가 거기 취재할 게 있다는데 저녁이나 사라"

몇 년 만에 갑자기 전화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슬프지만 녀석과 인연을 이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게 '쓸모'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이년 전쯤 심하게 아픈 후로 이런 쓸모에 의해 이어지는 인연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삶을 좀 가볍게 만들고 싶었다. 갈까 말까 망설여지는 모임, 가끔씩 연락이 와 무엇인가를 가입해 달라는 동창, 스쳐 지나간 인연에게 오는 경조사, 가기는 싫고 안 가기에는 미안함이 생기는 인연에게서 오는 심란함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이제 소중한 사람들과 오래 함께 하기 위해 좀 가벼워지려고 한다. 나의 옆을 지켜줄 진정한 친구를 위해


결정이 어려울 때 들춰보는 한근태 박사님의 '다 이유가 있다'이다. 이 분의 글을 읽다 보면 머릿속이 명확해진다. 종이책으로 보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읽고 싶어 전자책으로도 구매해 보는 책이다. 이분의 단호함이 나에게도 생겼으면 한다.


가벼워야 하는 이유

쇠재두루미는 몽골에서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간다. 80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이다. 이동을 앞두고 먹는 걸 변화시켜 몸무게를 줄인다. 가늘고 길게 호흡하는 법을 배운다. 그래야 차가운 공기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을 못 하는 이유

가치관이 불명확하고 자신의 최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가치관이 있어도 가치관대로 살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럼 우선순위가 흔들린다. 그때그때 다르고 일관성이 없다. 결과는 어떨까? 신뢰를 얻지 못한다.


한근태 다 이유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8oRH3PBbyg 유튜브 유퀴즈

이 영상을 보며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으면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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