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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냐고요? 이제 몇 년생으로 말해요!

30대 중반, 인생 아는 척하는 에세이 #15

by 부자뷰티
나보다 10살 차이 나는 신입들


직장생활 어느덧 10년이 흘러가고 있다.

20대 중반에 회사에 들어왔는데 벌써 10년이 흘렀다니 시간 흐르는 속도에 놀랍고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사무실에 새로운 신입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신입의 푸릇푸릇한 분위기.

나도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살짝 긴장된 모습이 10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친해지고 나서 살짝 나이를 물어봤다.

"혹시 몇 살이에요?"

"저는 몇 살입니다."

(충격!!)


신입과 나의 나이차이에 또 한 번 경악했다.

정확히 나와 딱 10년 차이 난다.

무려 10년 전, 내가 들어왔을 때 사수가 나와 10년 차이 났었다.

실무를 함께 하던 그분들이 현재 팀장님이 되셨다. 그분들의 그때의 기분을 잠깐이나마 공감했다.

눈 잠깐 감고 뜨니 몇십 년이 흘러갔다는 말이 남일 같지 않았다.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10대는 길고도 지루했다.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흘러갔고 학교 가기 싫은 순간도 굉장히 많았다.

특히나 고3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싶어 더 답답했다.


20대는 찬란하고 아름다웠지만 혼란의 나날이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시간으로 설레어하고 힘들어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시간을 보냈다.


30대는 인생의 많은 변화가 생긴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아닌 남과 가정을 이뤄 매일매일을 함께 해야 한다.

아이를 가지거나 커리어의 다음 단계로 걸어 들어가는 등 격동의 변화의 시기가 이때다.

이때부터 친구들마다 각자 다른 삶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여전히 솔로의 삶을 즐기고, 누군가는 가정을 이뤄 아이 엄마&아빠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내 집마련을 해서 자산 상승을 누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욜로의 삶을 즐긴다.

삶의 방향을 정한 듯 각자의 길을 바지런히 걸어가는 시기도 이때다.


비슷한 모습이 많았던 1020대를 거처 30대부터는 정말 다양한 삶의 양상이 도드라진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거나 대학 친구들과 호캉스를 가면 '참 우리 모두 각자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싶다. 때로는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달라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시기다.


다만 이제 내 나이를 잘 기억 못 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예전에 어른들이 나이를 답할 때 '저는 75년생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는 충분히 이해 간다.

나도 나이를 물으면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몇 살이었더라?'

그냥 이제 몇 년생으로 말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30대 중반으로 들어오면 슬슬 '네가 몇 년생이지?'라고 질문하기 시작한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다 ^^


여전히 감사하고 소중한 30대


요새는 예전처럼 절대 밤샘하지 않는다. 몸이 못 버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도 저녁 9시가 넘어가면 집에 간다.

피곤해서 더 못 논다. 집에 가는 시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자, 액상과당, 밀가루도 예전만큼 막 먹지 않는다.

야식? 그게 뭐예요? 그건 이미 끊었다.

탄산음료를 오래전 끊었고, 액상과당도 함께 바이바이했다.

커피는 가끔 마시고, 회사식당에서 밀가루 음식이 나오면 피하거나 튀김류도 하나만 먹으려고 한다.

소화도 더뎌지고 밀가루를 많이 먹으면 피부에 무언가 올라오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 보면 다들 '식단, 영양제, 운동'에 관심이 많다.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40대가 되면 더 심해진다고 한다.

40대가 되면 '어디가 아프냐, 어디 병원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나이 듦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내 30대가 여전히 감사하고 소중하다.

누군가가 아직 나이를 물었을 때 '30대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

30대 중반이든 후반이든 아직 30대라는 것만으로도 내게 큰 위안이 된다.


20대의 풋풋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지만
40대의 노련함은 아직 다 배울 수 없지만
여전히 30대의 젊음과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내게는 큰 위안을 준다.


30대에 내가 어떤 길을 걸어가느냐에 따라 40대의 인생 방향도 결정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감사한 30대!


10대는 멋모르고 지나갔고, 20대도 여차여차하니 끝나버렸다.

내 소중한 30대에는 더 많은 추억과 배움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소중히 다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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