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인생 아는 척하는 에세이 #14
항상 일어나는 사람 간의 오해와 갈등
최근에 인스타그램 쇼츠를 보고 피식 웃었던 영상이 하나 있다.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 지나가는 선배 분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선배가 쌩하고 지나간다.
당황한 신입사원은 어쩔 줄 몰라하며 '내가 뭐 잘못했나..? 혹시 나를 싫어하시나..?' 하며 걱정과 염려 섞인
표정을 짓는다.
4~5년 뒤 대리급이 된 그녀. 지나가며 인사를 했지만 역시나 쌩하고 지나가는 선배.
그녀의 다음 말이 나를 빵 터뜨렸다.
"뭐야, 왜 인사도 안 받고 지랄이야."
그리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기 갈 길을 당당히 가는 그녀.
아마 직장인이라면 유사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입사해 선배들께 인사를 드렸는데 무시하고 지나가면 저런 감정이었다.
나를 싫어하시는 건 아닌지, 내가 업무적으로 실수한 건 아닌지 괜스레 걱정했다.
지금은 속으로 '그러려니'하거나 '왜 항상 인사를 안 받아. 다음에는 나도 멀리서 보이면 돌아가야지.'로 종결됐다.
해당 영상은 연차가 쌓일수록 멘털적으로 강해지는 우리를 표현했지만 이런 자세는 어디서든 필요하다.
하물며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숱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나에게 보이는 태도와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
가끔은 잘 지내고 재미있게 지냈던 남편도 '왜 저럴까.' 하며 꼴 보기 싫을 때가 있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간혹 오해가 생길 때도 있으며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저 사람도 힘들겠지' 마인드 장착
얼마 전 몸이 안 좋아서 앓아누운 적이 있다.
몸도 아파서 서러운데 남편이 나 때문에 집안일을 도맡아 하다 보니 틱틱되는 모습에 빡침과 동시에 마음마저 아파왔다.
'아니 내가 좀 아픈데 배려해 줄 수 있는 거 아냐?'
서러운 마음과 분노가 몰려왔다. 몸이 아프니 정신건강도 흔들렸다.
'내가 왜 저런 인간이랑 결혼해서...!'라는 마음까지 들며 그렇게 서서히 잠에 들었다.
한 2시간 잤을까?
눈을 뜨니 밖에서 땡그랑땡그랑, 그릇 부딪히는 소리들이 들렸다.
무언가 쓱쓱 싹싹 썰리는 소리와 냄비가 부글부글 끓는 온갖 음향과 함께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남편이 이것저것 보양식을 만들고 있었다.
비록 말은 좀 틱틱되긴 했어도 나 먹이려고 요리하는 걸 보니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
그래도 말은 좀 예쁘게 하지 등 복잡 다변한 감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렇게 요리가 끝나고 나를 부르러 온 남편.
혼자서 요리하느라 고생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고 고마웠다.
'남편도 요새 일이 많아 고생하는데 요리까지 해주니 고맙네. 오빠도 야근하느라 많이 고생해서 그렇게
말했을 거야. 저 사람도 힘들어서 그랬겠지.'
맛있는 소고기를 함께 먹으며 남편에게 더 오버하며 칭찬을 했다.
칭찬에 남편도 마음이 풀려 그렇게 잠깐의 갈등은 화해로 마무리 됐다.
남편과 가끔 투닥거릴 때가 오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저 사람도 힘들어서 그렇겠지.'
직장에서나 친구 사이에서도 가끔 불편한 순간이 오면 저런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저분도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어서 그렇겠지.'
'친구도 요새 육아로 힘들어서 그렇겠지.'
이런 마인드는 나의 감정도 지킨다.
'왜 나한테 이러지?'가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이 힘들어서 그렇겠지.'하고 내버려 두면
나 때문이 아니라 저 사람이 힘들어서 그런 거니 나는 나대로 편하게 내 삶을 살아가면 된다.
인사를 쌩까고 가는 사람도 '바빠서 그렇겠지. 혹은 저 사람도 요새 힘든가 보네.'하고 넘기면 끝이다.
더 이상 무언가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도 힘들었겠지'로 보듬어주기
이런 마인드를 나에게도 적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결코 쉽지 않다.
남한테는 관대하고 나한테는 엄격한 사람의 종특상 더 어렵다.
그럼에도 가끔은 이런 방향으로 나를 위로해 주거나 토닥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떤 업무를 꼼꼼히 한다고 했는데 실수했을 때도 적용 가능하다.
'나도 꼼꼼히 본다고 했는데 못 봤구나. 그 당시에 내 입장에서는 최선이었겠지.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힘들었을 거야. 다음에 잘하면 돼!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말자'
이렇게 말하고 다음에 주의하면 된다.
괜히 '내가 왜 그랬지. 나 자신이 한심하다.'로 끌고 가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동굴로 들어가게 된다.
남에게 보여주는 관대함을 나에게도 같이 적용시켜 보자.
당연히 과용은 금지지만 오늘도, 내일도 바쁘고 정신없게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 힘들 때마다 '너도, 나도 힘들었겠지. 이유가 있겠지.'의 너그러움을 발휘해 보자.
잠깐의 휴식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