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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찌 Jun 17. 2024

출석부(2) 장미허브&더피고사리

초보 식집사가 모시는(?) 초록 아가들을 소개합니다

장미허브 보송이


보송보송한 솜털과 레몬향이 사랑스러운 보송이


 대학생 시절, 청소년센터에서 대외활동을 하면서 아주 작은 장미허브 한 줄기를 받아 소중히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다. 화분에 심어주고 나니 어찌나 잘 크던지, 그때 살았던 집에서 이사를 올 즈음에는 줄기도 단단하게 목질화가 되고, 안방 베란다 화단 전체를 뒤덮도록 번성했다. 너무 단단히 뿌리를 내리기도 했고 규모가 너무 커서 다 데려오지 못하고 그저 튼튼해보이는 줄기를 조금 떼어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나는 장미허브에게 보송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었다. 그때 그 집에 남겨두고 온 보송이들은 살아남았을까? 


 장미허브는 동글동글한 모양을 가진데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있는 이파리에, 쓰다듬거나 바람이 불면 솔솔 풍겨오는 레몬사이다 같은 허브향이 정말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심지어 이 향에는 벌레를 쫓는 성질까지 있다고 하니 내게는 정말 천사같은 식물이 따로 없었다. 실제로 안방 베란다를 보송이가 지키고 있던 때, 우리 집에서 날벌레를 본 적이 없다. 여튼 이 천사같은 친구, 데리고 나온 줄기를 물꽂이 하다가 화분에 옮겨 심었지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시름시름 앓다가 풀별로 떠나보냈었다. 그리고 이번 생일에 선물받게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부디 첫 기억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다.





더피고사리 고슬이


화산석 화분이 무척 잘 어울리는 모습


 이 친구는 제주가 떠오르는 화산석 화분에 담겨진 채로 우리집에 왔다. 코로나 시국에 나는 제주를 참 많이 찾아갔었다. 남동생과 둘이 항공권을 끊고는 제주를 내내 오가다보니, 주변에서 "혹시 제주도에 취업했거나, 제주도에 주택청약이 되었거나, 제주도에 남자친구가 생겼니?"라고 물을 정도였다. 제주에 가면 남동생과 나는 항상 바닷가에서 바다멍을 때리거나 비자림이나 사려니 숲길을 찾아 산책하고, 오름을 찾아가는 등 관광지나 액티비티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정말 자연 속에서 쉬어가는 시간을 많이 가지곤 했었다.(물론 식사는 무조건 맛집에서!) 그렇게 제주에 갈 때면 육지와는 다른 식생들을 보면서 참 다채롭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는데, 특히 쉬이 만날 수 있던 친구들 중 하나는 고사리들이었다.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내게, 고슬이는 화분부터 종류까지 제주가 우리집에 찾아온 느낌이랄까. (TMI를 살짝 풀자면, 화분들이 마주하고 있는 벽에는 제주 우도 하고수동 해변을 담은 대형 패브릭 포스터가 걸려있다) 사실 습하고 어두운데서 잘 자랄거라는 느낌이 드는데(이건 이끼인가?), 건조하고 볕 좋은 자리에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하월시아 아가들과 근처에 함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미 빵점짜리 초보식집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침 저녁 틈틈이 안개분무기로 습도 조절해주는 중인데, 하월시아 아가들과 원만한 협의를 통해 내게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알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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