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식집사가 모시는(?) 초록 아가들을 소개합니다
식집사의 방
씨앗부터 기르고 있는 수레국화와 샤스타데이지
다이소에서 데려온 수레국화와 샤스타데이지 씨앗을 기다란 플라스틱 화분에 심었다. 수레국화는 100 립, 샤스타데이지는 1000 립이 들어있었는데 '설마 모든 씨앗이 발아하겠어?'라는 안일한 생각 끝에 초보식집사는 총 1100 립의 씨앗을 모두 심는 만행을 저질렀다.
주말 동안 교회일로 바빠서 환기만 시켜주고 물만 조금 주었을 뿐인데, 주말이 지난 뒤 확인한 화분에는 수레국화 새싹들이 빼곡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무순 같아 보이는 모습들이 얼마나 귀엽던지! 햇볕 쪽으로 한껏 몸을 기울이고 있길래 화분을 돌려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두어 시간 만에 다시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인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반응하는 것을 볼 때마다 새삼스럽지만 이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귀여워 정말...!
더 많이 심은 샤스타데이지는 수레국화보다 조금 더 늦게 발아하기 시작했다. 수레국화보다 10배는 더 뿌렸던 씨앗 생각하면... 이 친구들은 얼마나 빼곡하게 자라날지 조금 아찔하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 새싹들 허리 휘어지지 않도록, 올곧게 자라도록 화분을 돌리면서 얘네들이 시간이 다르게 자라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다. 역시 귀여운 게 최고야.
방 한편을 차지한 식물들 중에, 씨앗부터 자라도록 키운 아이들은 이 수레국화와 샤스타데이지 밖에 없다. 그 작은 씨앗 안에 이렇게 커다란 가능성과 생명력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 못내 신기하다. 단단한 씨앗을 뚫고, 두터운 흙을 뚫고 나왔으면서도 바람과 더위와 사람의 손길에 톡 꺾어질 듯 가느다란 싹의 강인함과 연약함은 또 얼마나 아이러니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도 동물도 아기일 때는 손이 참 많이 가기도 하고, 무엇이든 쑥쑥 흡수하고 배운다. 식물도 똑같았다. 새싹들이 엉키거나 넘어지거나 휘지 않도록, 혹은 시들시들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신경을 써주어야 했다. 싹들이 한쪽으로 휘어지지 않도록 화분을 계속 돌려주면서, 나는 엄마의 사랑이 떠올랐다. 내가 아주 어린 아가일 때, 엄마는 두상 예뻐지라고 계속 나를 돌아 눕히시고 신경을 쓰셨었다. 덕분에 동그랗고 예쁜 두상을 갖게 된 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는데, 화분한테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그게 떠올랐던 것 같다. 새싹들아 너희도 나한테 감사해할 거지?
씨앗을 심을 때는 막상 언제 자라나 싶어 막막하더니, 지금은 새싹들이 너무 빨리 자라나서 조금 섭섭하다. 하지만 조금 더 크고 나면, 아마도 또다시 느리고 잔잔한 식물의 호흡을 따라 식집사의 일상도 조금은 느긋해지겠지? 이런 게 식물을 키우는 묘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