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성북천을 뛰고 오는데
저 팻말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어
후미진 골목 가로등 불빛에 반사돼
맞춤법 다 틀린 저 글자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거야
공들여 썼을 저 팻말의 주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더라고
이 더위에 팻말 뒤에 있는 녹슨 구루마를 끌고 폐지를 주울
까만 얼굴에 온통 주름이 뒤덮인
허리가 반으로 꼬부라진 할머니의 얼굴이
집에 다 와서는 냥이 두 마리와 눈이 마주쳤어
한낮에 더위를 피해 있다 사람 없는 밤이 되어 나타나
바닥 틈바구니에 자란 잡초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나랑 딱 눈이 마주쳤지
애들도 놀라 몸이 딱 굳더라고
못 본 척 지나쳐 얼른 집으로 가 냥이 사료를 가져왔지
햇반그릇에 사료를 담아 가까이 가니 도망쳐서
밥그릇 흔들면서 여기 밥 있다 소리 내고 냄새 풍겨서
멀찍이 그릇을 내려놓고 자리를 피했지
한 녀석이 먹더라고 이쯤 되면 다 먹었겠지 싶어 가니
다른 녀석이 잔반 처리 중이었고
또 눈이 마주치고 경계하느라 안 먹기에 다시 자리 피해줬지
멀찍이 떨어진 가로등 아래서 냥이 사료 대용량을 검색하다가 벌레 습격을 받아서
이제는 들어가야 되겠다 싶어서 가보니
밥그릇이 싹 비워져 있더라고
배고팠겠지, 배곯았겠지
그렇다고.
나는 건들지만 않으면 대체로 선한데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들이 있어
나의 밑바닥을 끄집어내는 것들이
이 정부를 비롯해서 말이지
어제 글을 빙자한 감정 쓰레기를 던진 것을 반성해
글은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한다고 믿는데
감정 쓰레기를 투하했으니, 그것도 글이라는 이름으로
없었던 일로 하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어떡하나
누구나 글을 쓰는 세상에 뭣 하러 나마저 글을 쓴다고 하나
글 속에서 잘난 척, 아는 척하는 게 위선적인 것 같고
그렇더라고.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