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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Oct 27. 2023

내가 엄마라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가 만난 교수, 간호사, 의사, CEO, 피아니스트, 마케터, 회계사... 이 밖에도 무수한 직업들 중 각자의 위치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는 커리어우먼들이 엄마가 되었다. 이 직업들은 누군가의 꿈이었을 테고 그 꿈을 향해 새벽부터 야밤까지 별 보기 운동을 해대며 전투적인 학창생활을 지냈다는 사실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일과 연애를 하면서 모든 게 내 위주였던 삶. 결혼이란 걸 했고 어느 날에 엄마가 되었다며 ‘임신’ 임을 알려왔다. <임신과 출산> 관련 책 한 권에 담기에 출산 전, 후 환경은 너무도 다양하고 변수가 많아 대처해야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 이제 막 태어나 목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는 솜사탕 같아서 불면 날아갈세라 쳐다보는 것조차 조심스럽기만 한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울며 보채기 시작하면 식은땀이 줄줄 나며 멘붕에 빠져버린다.

아직은 "000 어머니~"라는 호칭이 낯설지만 그녀들은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병원은 학교가 아니다!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면 편안할 줄 알았는데 덜컥 겁부터 났다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찼다.

"저는 아기를 낳으면 병원에서 다 가르쳐 주는 줄 았았어요. 그런데 제가 안기만 하면  계속 울고... 분유도 잘 먹지 않으려고 하고…… 여태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어요. 저는 괜찮은데 아기가 배고파서 어떻게 해요....."

거실 바닥에는  풀어헤쳐진 기저귀가 곳곳에 있었고 먹다 남긴 젖병들이 소파 위, 식탁 위, 침대협탁에도 쓰러져 있었다. 수유 간격을 보니 30분이었다 한 시간 이기도 했고, 수유 양도 20ml. 50ml 들쭉날쭉인 게  아기가 울 때마다 기저귀 갈고 분유를 먹인 듯했다. 대부분의 초보 엄마, 아빠들은 아기가 울면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를 교체해줘야 한다는 교육이 되어있다 보니 무조건 이대로 직진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아기를 케어하는 병원이나 조리원에서는 기본적인 사항을 전달해 줄 뿐 고객니즈에 맞추는 하나에서 열까지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1: 1 케어 서비스를  하는 곳에도 개인 필라테스, 프라이빗 룸, 룸서비스 음식등이라는  차별화일 뿐 완벽한 육아의 해답을 알려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안하기만 한 육아초보자


배고파도 울고, 기저귀가 축축해서 불편해도 울고, 더워도 울고, 졸려도 울고, 아기에게도 수많은 감정이 있는데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울음’뿐이다.

이 울음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조치만 취하니 아기는 더 화가 나서 악을 쓰며 울어댄다. 엄마가 처음이라 그래. 봐주라...... 분유계량 1스푼이 20ml, 30ml, 40ml 각 각 다른데 아빠는 자기가 타고도 몇 스푼을 넣었는지 기억을 못 해 미안해. 너무 많이 먹어 소화가 되지 않아 분수토를 하게 해서 미안하고 실내온도가 높은데 꼭꼭 싸매어 땀띠가 머리부터 얼굴전체 퍼지게 해서 미안해. 똥 싼 지 한 참 지나도록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엉덩이 발진이 생기게 해서 또 미안하다. 옆에서 잠만 자는 아빠가 하도 얄미워서 아기 앞에서 언성 높여 싸워도. 손톱을 자르다 상처를 내도. 자꾸 미안하기만 한 육아다. 그러나 너무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런 과정은 초보라면 누구나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옆집아줌마를 피해야 하는 이유


그러다 보니 주위의 경험이나 정보에 당나귀 귀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것들이 전부 약이 되는 건 아니다. 과거 내가 임신 말기가 되었을 때 출산을 가장 먼저 한 친구가 막달이 되어 많이 움직여야 뱃속아기가 크지 않아 순산할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좋은 운동이 걸레질이라고 했다. 고양이처럼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고 걸레질을 하는 게 가장 좋은 운동이란 소리에 당시 방 4개와 거실을 열심히 걸레질을 해댄 덕에 다음 날 31주에 조기진통이 와 입원을 한 황당한 사연을 갖게 되었다. 정보는 참고만 할 뿐 내 아기를 타인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다. 똑같은 양의 분유를 먹더라도 7~8분에 먹는 아기가 있고 20분을 먹는 아기가 있고 같은 주수라도 100ml 혹은 7~80ml를 먹는 아기도 있다. 모유를 먹는 아기가 2시간 텀이라면 분유를 먹는 아기는 3시간 텀이기도 한데 굳이 무리해서 양을 늘리다간 아기가 탈이 날 수 있다. 의사들도 주관적인 견해로 일관성 있게 시간을 정해 수유를 하라고 하는 반면 달라고 할 때마다 배불리 먹이라고 한다. 제일 중요한 건 아기의 주 양육자인 엄마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더라통신 주의



엄마와 여자사이


출산 직 후 아기와 떨어지면 큰일 나는 초보 엄마들의 일상은  아침인지 저녁인지 주중인지 주말인지 무뎌지는 단조로워지면서 많은 걸 포기하면서 지낸다. 절대적 수면 부족으로  쪽잠으로 버티기 일쑤고 그런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걸 줄곧 지켜보면서 기특하기도 하면서도 안타깝기도 한데  얼마 전 아기는 잠시 남편에게 맡기고 산모들끼리 모임을 가졌다. 돌잔치 때 둘러주는 돌띠의 유래를 듣고 직접 만들며 사랑방처럼 모여서 토크 배틀을 했는데 봇물 터지듯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투적인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메이크업으로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 건 아닐까?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여자로서   스스로를  귀히 여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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