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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 Grace Nov 03. 2023

아기 옷은 뭘 사죠?

인형놀이

지인의 출산소식에 모처럼 백화점을 찾아  직원이 추천해 준 옷을 구경하면서도 당장 신생아에게 필요한 게 더 나을지 고민 중이었다.


“어머!!! 이 옷 좀 봐!!! 인형옷 같아! ” “이건 무슨 용도지? 아기는 누워만 있을 텐데  어떻게 입히지?”


배가 제법 불룩해 보이는 임산부와 남편으로 보이는 부부가 끊임없이 감탄하고 질문을 쏟아부으며 매장 안에 있는 신생아용품은 죄다 구입할 기세였다.

그렇게 한 참을 구경하다 직원에게 병원서 퇴원할 때 입힐 옷과 속싸개를 준비하려고 한다는데 아기한테 입혀야 할 옷을 구입하려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리스트를 꺼내  보이며 낯선 단어들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배넷저고리가 뭐예요? 한복 같은 거 말하는 거예요? 신생아들은 뭔가에 그저 둘둘 싸매어 있었던 것 같은데... 검색한  사진을 보니 끈이 달린 가운 같은걸 배넷저고리라고 하는데 그럼 바지는 안 입나요? “

옆에서  듣다 보니 웃음도 나고 나 역시 처음 아기를 낳기 전에 무조건 구매를 한 후에 정작 신생아용에 적합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아서 사용하지 않고

처박아두던 몇몇 가지 품목들이 떠올라 부부의 쇼핑을 흘깃거렸다. 맘 같아선 오지랖을 떨어주고 싶었지만 초면에 실례일 수도 있어 볼일만 본 후 매장을 나왔다.

과연 부부는 뭘 샀을까?  

매장 직원은 적절한 상품안내를  해줬을까?


경험에서 나오는 융통성


인간이 살아가는 데 세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의 (衣). 옷은 신분을 나타내기도 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 과거에도 지금도  때와 장소에 맞춰 갖추어 입는 걸  

사람들은 좋아한다.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입는 배넷 저고리는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메쉬소재, 겨울에는 누빔 소재 로 되어있다. 배네 저고리를 입힌 후 엄마뱃속에처럼 안정감을 주기 위해  얇고 보드라운천으로 꼭 싸매어 주는데 아기들이 꼬물거리며 움직이는 통에 어느새 풀어헤쳐져서 초보엄마들이 속싸개로 단단히 여매주는 걸 힘들어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풀었다 여몄다를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요령이 생기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기의 성장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생후 3주 차부터 저고리가 뱨꼽위로 말려 올라가 속싸개를 여며도 스스로 움직여 한쪽 팔이 쑤욱 나와서 배가 다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로

저고리는 한 두벌정도 준비하고 배넷가운을 넉넉히 준비하는 게 좋다. 배넷가운은 아기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말 그대로 가운으로 아기가 성장하면서 10부, 7부, 반바지처럼 입힐 수 있어 합리적이다.

속싸개 역시 한 두장 정도로 준비해 퇴원할 때 사용하고 천기저귀를 넉넉히 구입하는 게 활용도가 높아서 배게, 싸개, 타월, 그리고 예방접종으로 병원방문 시 여러 아기가 사용하는 침대나 저울 위에 러그용도로 깔아주면 위생적으로도 좋다.


“자기야! 우리 00이 선물 또 받아왔어!”


퇴근 후 남편이 기다리는 재미 중 하나는  선물 꾸러미 언박싱을 한다는 것이다.

아기출산소식에 가장 많은 선물로 받는 게 내복이거나 아기  외출복인데 대부분 백일, 돌정도 돼야 입을 수 있는 사이즈라 당장 입히지 못하기 때문에 미리  세탁해서 보관하는 경우도 간혹 볼 수 때가 있다. 당장 못 입히다가 다음 계절이 돌아왔을 때는  옷이 작아져서 아예 한 번도 입혀보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선물로 받은 품목들은 개봉 전에 사이즈업을 해서 보관하거나 당장 입힐 수 있는 것으로 교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상하로 분리되어 있는 내복은 기저귀를 교체할 때마다 벗겼다 입혔다 번거롭고 고무줄이 아기 배를 누르는 게 신경 쓰여 요즘은 우주복 스타일로 많이 입히고 있다. 버튼 형이라 하단에 있는 버튼만 오픈해서 기저귀를 교체하기 쉽고,수면 시 아기가 뒤척이더라도 편안히 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양육자의 스타일


아기피부에 직접 닿는 의류는 일반 면보다 뱀부 라인이 훨씬 부드러워 비용도 차이가 난다.  엄마들의 쇼핑스타일은 두부류로 무조건 고가여야 질이 좋다는 명품파와 가격, 제품후기를 꼼꼼히 비교 분석하는 실속파로 나누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쪽의 선택이 좋다 나쁘다라기 보다 양육자의 스타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하루에 10회 이상 교체하는 기저귀를 굳이 고가의 수입품을 쓸 필요가 있을까이고 피부에 닿는 의류, 타월은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지나고 보니 나는 잠재적 또라이 기질이 있었던 양육스타일이었지 싶을 때가 있다.나의 첫아이 용품은 전부 화이트였고, 사용했던 옷과 수건은 얼룩이 묻는 즉시 면봉에 락스를 묻혀 부분적 세탁을 한 후 삶고다림질을 해대며 보관한 탓에 4년 터울 동생이 그대로 물려받아 칭찬 반, 야유 반의 아우성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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