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 Grace Nov 20. 2023

젖을 물리지 않으면 모정이 없나요?

국내분유 vs 수입분유 전쟁


“저 사실은 궁금한 게 있는데요……”예비 산모는 슬쩍 옆자리 남편을 한 번 보더니 

“사실 제 유두가.. 작아서 모유를 먹이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기한테 모유를 먹이고 싶거든요….”하더니 이내 눈 주위가 빨개졌다.

“아니 아직 출산도 안 했는데 그걸 어떻게 장담해요. 미리 걱정할 필요 없어요. 먹이면 되죠! “

”아! 정말요? 저 진짜 모유를 먹이고 싶거든요…. “ 

그녀의 표정은 내 한마디에 편안해졌다. 말 한마디에 눈물과 안도를 오가는 그녀를 보며 난 왜 짠함을 느꼈을까?


내가 생각하는 모유는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조리원 있을 때부터 옆 자리 산모와 비교하며 행여 양이 넘치는 산모를 부러워하거나,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의 모유철학에 끌려다니며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분만 후 3~4일까지 나오는 노란 빛깔의 유즙을 초유라고 해서 단백질, 칼슘이 많고 특히 면역글로불린 성분이 높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에 아기에게 모유는 완전한 음식이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결코 쉽지 않다.  

간혹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 복귀한 연예인의 완벽한 몸매를 두고 비법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결같이 모유라고 답하는 걸 볼 때면   평범한 산모들한테 희망고문을 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식단관리, 에스테틱, 마사지, 필라테스등 산후회복에 따라붙는 다양한 옵션들이 얼마나 많은데 또 그에 따르는 비용도 덩달아 붙는 걸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모유만 해서 10kg 이상 감량이 될 수 없을 거 같은데 물론 다이어트 목적으로만 모유가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모유수유는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아기가 처음부터 엄마의 젖을 잘 무는 경우는 드물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양도 늘고 아기도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시로 젖을 물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중간에 포기하는 산모도 의외로  많다. 그 외에도 함몰 유두, 유선염등 환경에 따라 모유를 하지 못하는 경우 대체식품으로 조제분유를 수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처음에는 양도 많지 않기 때문에 조제분유를 보충하면서 완모를 하게 되는데 이때 조제분유의 선택이 만만치 않다. 예전에는 선택에 폭이 넓지 않은 국내분유 3사 중에서 선택을 했다면  현재는 해외 직구유통도 가능해졌고 특수분유, 액상분유, 수입분유 종류도 너무 많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졌다.


“분유를 선택하는 기준이 뭐였어요?”라고 산모에게  질문하면 가장 많은 답이 조리원에서 먹었던 분유를 꼽는다. 그리고 모유성분과 가장 흡사하다고 일컫는 강남 일대에서 유행했던 수입 조제분유가 그다음순이었고 그 외는 흡수율이 좋다는 액상등 제조국에서 직접 구매를 하는데 병원이나 조리원은 국산분유를 먹이기 때문에 수입분유 반입허가를  해주는 조리원을 따지기도 할 만큼 수입분유 선호하는 까닭은 명확한 대답대신 그냥 주위에서 황금똥을 싼다고 해서. 배앓이를 덜 한다고 해서이고 국내 분유는 생산공정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격은 1통 기준 4~5만 원이며 국내 분유와 수입분유 가격차이는 나지 않으며 제품에 따라 구내분유가 더 비싼 것도 있고 소요되는 기간은 먹는 양에 따라 7~8일 정도이다.


완모(조제분유를 보충하지 않고 모유만으로 수유를 하는 것)를 하려면 처음에는 젖이 잘 돌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물려 아기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부분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수치 때문이다. 어느 정도 먹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울 때마다 물리다 보면 산모는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포기하거나 10명 중 8,9명은 본인이 모유양이 적어 분유와 혼합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더러는 정말 모유가 부족하거나 잘못 물려 유두에 상처가 심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게 공포스럽기까지 하는 산모를 볼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면 직수대신 유축해 두었다 젖병에 옮겨 먹이는 방법, 조제분유를 먹이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곤 한다.


“그래도 아기한테 엄마젖을 물려야지… 그게 모정이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어주시는 어른들. 그 어른눈치를 살피는 산모 이들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모유는 그냥 자연스러운 문화이지 않는가이다.

모유를 먹여야 하는 기간과 양은 중요하지 않으니 지나치게 강요를 할 필요도 없고 산모 역시 노력과 방법을 찾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 엄마들이 좋아하는 유태인엄마들도 분유로 수유하는 걸 많이 지켜봤기에 젖을 물려야 모정이란 이상한 말로 세뇌를 하지도 당하지도 말기를 바란다.




이전 05화 국민욕조? 신생아용 아니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