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최애를 만나본 적 있나요?
나의 최애는 내 본격적인 축구 사랑의 시작이었던 마누엘 노이어다.
2010년 월드컵 때 조직적이고 탄탄한 독일 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졌는데 그중 가장 내 눈에 띈 선수가 노이어였다.
지금은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남들 눈에는 당연히 예전 모습만큼은 아니겠지만 내 눈에 여전히 멋진 그는 당시 당연코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난 분명 그의 실력에 반한 거였는데 노이어 팬이라고 하면 일단 그 당시 내 주변에서는 여자가 축구팬 자체가 …? 스러운 반응에 많고 많은 선수들 중 골키퍼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해를 받지 못했고 (물론 이해받을 필요는 없다.) 얼굴 보고 좋아한다고 얼빠(?) 취급을 많이 당해서 꽤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긴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자면 어쨌든 나는 2010년 월드컵으로 노이어의 팬이 되었고 그가 2011년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레 바이에른 뮌헨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막연한 버킷리스트가 마음속에 생겼다.
언젠가 노이어를 만나서 사인받고 사진 찍기!
그는 독일에 있는데 한국에 사는 내가 그게 되겠냐고..?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어쩌다 보니까 내가 독일에서 살게 되었는데 뮌헨까지는 8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쓸데없이 넓은 독일 땅덩어리..
내가 독일 살면서도 저 머나먼 뮌헨까지 가 볼 일이 있겠… 나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뮌헨에 살게 되었다..
22년 8월에 뮌헨으로 이사 온 후 나는 그동안 마음속에만 간직해 왔던 불가능에 가까웠던 버킷리스트 실현에 나서 보기로 했다.
그렇게 수많은 실패와 엇갈림 끝에 드디어 2024년 1월 30일 그의 팬이 된 지 약 14년 만에 평생 불가능할 거 같던 그 버킷리스트를 클리어했다.
오픈 트레이닝이 끝나고 그를 기다리다가 드디어 꿈만 같던 내 차례가 되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2010년부터 팬이라고 고백(?) 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손까지 미친 듯이 부들부들 떨면서 수줍음 가득한 고백 이후 다른 말은 하나도 못 하고 계속 어버버 거리며 오 마이갓만 반복했더니 해사하게 웃으면서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던 나의 최애
그에게 사인을 받겠다고 1년 넘게 챙겨 다니던 유니폼에 드디어 사인을 받고 나의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고 분명 다음 팬에게 발길을 옮겨야 하는데..
눈물 가득한 내 표정 보고 잠시 멈춰 서서 어쩔 줄 몰라하던 그였다.
그동안 1년 넘게 보러 갔어도 계속 미친 듯이 엇갈리는 바람에 가까이에서 얼굴 보기조차 너무 힘들었는데..
평생 이루어지기는 할까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클리어하던 날의 감동은 아직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