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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남자 Aug 30. 2024

#2020110一

11월이라 그런지 이젠 밤이 꽤나 길어졌다. 그래서 내가 출근을 하려고 아침에 일어나면 제법 어두웠다. 근데 오늘은 눈을 뜨고 보니 꽤나 밝았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 되어 갔다. 


“으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나는 침대에서 튕겨져 나오듯 화장실로 향했다. 양치를 하면서 왜 알람이 울리지 않았는지를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을 했다. 기계가 잘못되었을 리는 없고 내가 듣지 못하고 혹은 끄고 다시 잤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충 씻고 나왔다. 그리고 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녀의 메시지만 있을 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나한테 아무도 전화를 안 했다고?’ ‘내가 그렇게 존재감이 없나?’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곤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는 또다시 천장을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나 이제 출발한다~ 피자 사서 갈게’ 

그리고 날짜를 보니 어제의 하지만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난 급하게 박이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자료 내일 아침에 볼 수 있게 보내면 되겠지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볼 수 있게 보내 두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해야 할 일을 미루기로 결정을 했다. 그녀와 데이트 이후에 와서 밤을 새우던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쯤인지 물었더니 한 30분 정도 걸릴 거 같다는 답을 들었다. 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책상에 앉아 랩탑을 열었다. 그리곤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음…. 이거 시간이 꽤나 걸리겠네… 3~4시간으로는 부족할 듯한데…’ 

그러면서 머릿속에선 대충 몇 시정도에 그녀를 바래다주고 집에 와야 할 지에 대한 시간을 계산하고 있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계획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는 동안 그녀가 집 앞에 왔다는 연락이 왔다. 

“일 하고 있었어? 오빠가 집에서 일을 다 하다니~ 놀라운 일이야 ㅎㅎ”

“그러게~ 아침은 먹고 온 거야?”

“그냥 간단하게~ 오빠랑 피자 먹으려고”

“그래~ 그럼 먹을까?”

“응, 근데 하던 일 마저 하고 먹어도 되는데?”

“아니야~ 어느 정도는 했고 나머지는 저녁에 마무리하려고. 박이사가 아직 컨펌을 안 해 준 것이 있어서”

“아 그래? 왜 오빠한테는 일요일에 일 시키고 자기는 일을 안 한데? 너무한데 ㅎㅎ”

“그러니까~ 먹자 냄새 좋은데~”

“응 그래~ 우리 동네에서 가장 힙한 피자집에서 사 왔어”


그렇게 피자를 먹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계속 머릿속 한 귀퉁이에는 밤에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다. 그냥 회사 일만 할 때도 다음 주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으면 주말에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일만 하는 건 아니니 더 떠오르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 아니야~ 극장에 어떻게 가면 좋을지 생각했어”

“무슨 소리야~ 한 두 번 가는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랬듯이 버스 타고 가면 되는 거지”

“ㅎㅎ 그렇지”

“근데 내일 오후에 수업이 있어?”

갑자기 어제-아니 오늘-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생각이 났다. 내일 만나자는 말. 

“응? 내일 오후에 수업 있는데 꼬맹이가 감기가 걸린 거 같다고 취소 됐어. 오랜만에 월요일 오후에 여유 시간이 생겼네~”

“아 그래? 좋네~ 뭐 할 거야? 계획이 있어”

“아니 ㅡㅡ 슬슬 겨울 방학을 준비해야 해서 특강 같은 거 뭐 할지 고민을 좀 해 보려고”

‘내일 만나자는 말’의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그렇다. 그녀는 수업이 취소되어서 나 보고 보자는 말이었다.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그렇게 난 그녀와 집을 나와서 예정대로 극장으로 향했다. 어제의 실수와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결하고 해소한 거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집에 와서 몇 시까지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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