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순진 vs. 순수

by 그런남자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으면서 '나는 순수하다'를 강조한다. 절대 '순진' 하진 않지만 '순수'하다고 주장하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항상 '순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지인들에게 먼저 심심한 사과를 보낸다. 나의 글에 동의를 하던, 나의 글에는 동의하지만 너의 순수는 죽어도 동의를 못하겠건.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읽고 난 후 자신이 순수한지 아닌지를 한번 정도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러기엔 순진과 순수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럼 그것부터 시작하도록 하겠다.


순진, 사전적 의미로 '1. 마음의 꾸밈이 없고 순박함, 2. 세상 물정에 어둡고 어수룩함'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영어로는 naive 정도가 가장 정확할 듯하다. 하지만 영어로 명확히 옮길 단어는 없어 보인다. 사전적 정의로만 보면 이 단어가 긍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인지, 부정적 의미를 가진 단어인지 헷갈린다. 나는 애가 성격적 결함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2번 의미가 더 와닫는다. 내가 생각하는 이 단어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사용을 했을 경우 어느 시기, 좀 더 명확하게는 나이를 기점으로 그 의미의 긍정에서 부정으로 옮아간다고 생각된다. 즉, 더 이상은 '순진'하면 안 되는 나이 혹은 시기가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럼 순수는 어떤 의미일까? 순수의 사전적 의미는 '1. 전혀 다른 것의 섞임이 없음, 2.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이다. 영어로는 purity 혹은 genuine 가 가장 맞을 것 같다. 이 단어 역시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가 함께 공존하는 단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사용을 할 때,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사용할 때의 '순수'의 의미는 '무엇 하나에 사심 혹은 대가 없이 몰두하는 것'이다. 이게 때론 누군가에겐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을 몇몇 경험들을 통해서 깨달은 이후로는 그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로만 여겨지진 않는다.


자, 그럼 이 두 단어를 실생활에 적용해 보도록 하겠다.


'저 사람은 참 순진해' vs. '저 사람은 참 순수해' 이 두 명제만 봤을 때 '저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다른 형용사들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순진'한 사람은 '어수룩' '착한' '친절한''조금은 답답한''세상 물정에 어두운' 등등이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순진'한 사람에 대해 맹목적인 긍정이 없어서 떠오르는 형용사들 역시 부정적인 것이 많다. 그럼 '순수' 한 사람은 어떨까?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착하다'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거 같고, '답답한' 과는 맞지 않는 거 같고.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 보인다.


나의 기준으로 보면 '순진'한 사람은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혹은 누군가를 대함에 있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순진'한 사람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은 그 대가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혹은 그 대가가 자신에게 오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즉, 그 대가의 존재 여부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순수'한 사람은 약간 다르다. 대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대가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혹은 누군가를 대함에 있어서 나에게 얻어져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냥 내가 원해서 하는 것뿐이다. 이런 사람이 '순수'한 사람인 거 같다.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나는 어떤 일을 대함에 있어서는 '순수'한 거 같은데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는 '순수'하지 않은 것 같다. 연애 상대자와 내 사람이라고 확신하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적어도 그들에겐 어떤 대가와 보상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글 자체의 내용이 수미쌍관으로 끝나긴 힘들어 보인다. 다 쓰고 나니 나의 '순수함' 주장이 누군가에겐 당치도 않은 소리로 들렸을 듯 하긴 하다. 하지만 변명을 해 보자면 난 모든 사람들을 동일하게 '순수'하게 대할만큼 '순진'하진 않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모두 읽은 분들에게 질문 하나를 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당신은 '순수' 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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