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억지
누군가와 함께 혹은 혼자서 무언가를 먹고자 할 때 사람들은 먼저 메뉴를 정한다. 그다음 장소를 정한다. 이건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앞뒤가 바뀌긴 한다. 예를 들어 고기를 먹고자 하고 한남동에서 만나던지 혹은 압구정에서 만나자고 하고 중식을 먹는다던지. 그다음으로 요즘 사람들은 그 동네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포털에서 검색을 하거나, 인스타에서 검색을 하거나. 혹은 맛집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이왕 밥을 먹는 거 가능하면 맛있는 집에서 먹고자 하는 어찌 보면 인간의 당연한 욕구이자 욕망이기도 하다. 더불어 요즘엔 음식 맛뿐만 아니라 소위 '인스타그래머블' 한 장소에서 식사를 한 후에 그것을 인증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식당 선택에 있어서 꽤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것 역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과시의 욕구'라고 볼 수 있어서 난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맛집 가는 것을, 그리고 그곳에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해도 여전히 맛집에 별 관심도 없고 가는 것을 선호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꽤 있다. 분명 그들도 누군가에 이끌려 맛집을 가긴 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선뜻 능동적으로 가는 경우가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별로 가고 싶지 않으니까. 맛집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거나 이상한 행동은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그들에겐 맛집을 쫒았다니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라디오에서 한 디제이가 본인은 과거에는 맛집을 다니는 것에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본인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왜 사람들이 맛집을 그렇게 찾아다니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중요한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맛집 역시 그렇다. 그럼 오늘은 맛집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혹은 않았던 사람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억지로.
#1. 먹는 즐거움이 별로 없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기본적인 욕구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식욕이다. 식욕을 세부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먹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것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당장 생존을 위한 음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고 먹고자 한다는 건 말이 되질 않는다. 따라서 좀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는 과거에는 일부 특권 계층만 누릴 수 있었던 욕구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생존을 위해 먹고자 하는 욕구는 어느 정도는 해결-물론 아직까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되었다고 보인다. 이에 자연스럽게 좀 더 입에도 맛있고 더 나아가 눈에도 맛있는 음식들을 사람들은 먹고 싶어 하면서 점점 그런 조건들을 충족하는 맛집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 한 끼를 해결하면 되는 그 정도 수준인 것이다. '그냥 먹고 배부르면 되는 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단순히 배부름을 위한 식사를 추구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즉, 먹는 즐거움보다는 그저 생활을 해 나가야 하기 위해서 혹은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단지 그들은 먹는 즐거움 말고 다른 어떤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뿐.
#2. 기다림이 싫다.
요즘은 '맛집=웨이팅'이라는 공식이 그냥 기본인 것 같다. 정말 맛이 있어서 소문이 났건, 아니면 실내 사진이 혹은 음식들이 사진 찍기에 좋아서 건 상관없다. 맛집으로 소문이 난 초기에는 무조건 웨이팅을 해야 한다. 처음 식당을 오픈하면서 모든 인원을 다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오픈하는 사람은 없다. 웨이팅의 이유가 사람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식당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이기도 한 것이다. 나 역시 웨이팅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비가 너무 온다던지 등-의 이유로 웨이팅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나 역시 1시간 30분까지 기다려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웨이팅이 너무 길어질 거라 판단이 되면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다. 암튼, 맛집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밥 먹는데 굳이 이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성수동에 유명한 돼지갈빗집이 있다. 유독 그 집만 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 위에서 내가 1시간 30분을 기다린 곳도 그 집을 처음 간 날이었다. 그렇게 유명하고 사람이 많은 집이 있다 보니 그 돼지갈빗집 근처에 돼지갈빗집들이 여러 개 더 생겼다. 바로 보이는 곳에 그것도 맞은편에. 심지어 그곳은 바로 먹을 수도 있다. 그럼 그들은 당연히 그 맞은편 바로 먹을 수 있는 집으로 간다. 그들은 그 '맛집'의 돼지갈비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돼지갈비가 먹고 싶은 것뿐이다. 같은 돼지갈비를 30분 아니 그 이상을 기다리면서 까지 먹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더군다나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식사시간 언저리일 테니. 이미 상당히 배가 고픈 체 도착을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3. 길치이다.
되게 어이없는 이유일 수 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이유에서 맛집을 찾아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공휴일 혹은 저녁 시간이 되면 일부 맛집들이 많이 모여 있는 동네에 본인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딘가를 찾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디선가 검색을 해서 혹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그 동네에 간 김에 그곳을 가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가는 길이니 위치를 당연히 알턱이 없고 스마트폰에서 지도 앱에서 검색 후 그것을 따라서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되게 쉽게 지도 앱을 보고 가라고 하는 데로 찾아가면 되지 않냐고 말을 하지만 길치들에겐 그것마저 쉬운 일은 아니다. 지도를 보고도 못 찾아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그곳이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그곳을 찾아가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강남이나 한남동 정도면 그래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을지로나 익선동, 서촌이라면 그 난이도는 훨씬 어려워 지도 길치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겨우 찾아가서 음식을 맛본다 한들 대단히 특별한 맛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그 사람은 그곳에 도착함과 동시에 너무도 지쳤기 때문에.
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미식가는 아니다. 그냥 단순하게 새로운 공간과 음식이 궁금할 뿐이다. 한번 가보고 맛이 있으면 재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방문을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다들 맛이 별로 여서라기보다는 워낙 새로운 곳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그곳들을 가 보느라 재방문을 잘 안 하는 것뿐.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곳들을 가 봤고 알고도 있다. 이렇다 보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종종 아니 자주 나에게 괜찮은 식당들을 알려 달라고 하곤 한다. 하지만 난 본의 아니게-본의도 어느 정도는 섞여 있다.-모든 식당들을 위치로 기억하고 상호를 기억하지 않아서 알려주기가 쉽지는 않다. 나의 여자 친구와 나의 친구 2명이 알려 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알려 주기 위한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예전에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 명절도 아니고 그저 하루 쉬는 날일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맞다. 그냥 하루 쉬는 날이다. 하지만 그날을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친구들과 기념하게 되면 빡빡한 일상에 조금은 특별한 날이 되지 않을까?' 이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차피 사람은 하루에 2끼 혹은 3끼를 먹는다. 누군가는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끼니를 때우고, 또 누군가는 그냥 편의점 혹은 패스트푸드로 한 끼를 때운다. 똑같은 한 끼이고 비슷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는 스스로 판단해 볼 문제이다. 어차피 본인의 삶은 본인의 선택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