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억지
‘구라청’
‘기상청 체육대회 날도 비가 왔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로 게임한다던데’
등등의 수도 없이 많은 조롱을 받고 있는 곳이 바로 기상청이다. 이 정도면 국민 욕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욕을 먹고 있으며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처럼 날씨로 인한 불편함이 두드러지는 계절에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이번 여름에는 모든 국민들이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날씨까지 말썽이라 더욱 힘들어했다. 날씨 때문에 힘들다고 해서 그것이 기상청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탓할 수는 있다고 여겨진다. 어김없이 올해 여름은 폭염이 예상된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운데 마스크까지 어떻게 쓰고 다니나?라는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루하고 지겨운 장마가 50여 일이나 지속되었다. 게다가 태풍의 경로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와 그로 인한 원성을 제대로 사기도 했다. 이 정도면 정말 국민 욕받이가 맞는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하는 예보관들 역시 속상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정확하지 못한 예보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안 좋을 것이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기상 캐스터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했던 것을 본 적도 있다. 캐스터는 그저 전달할 뿐인데. 이처럼 국민 욕받이에 대국민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고 있는 기상청에 대해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오늘은 기상청은 사물이지만 의인화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1. 예보는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예보는 예견이나 예언은 아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맞추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대부분의 일기예보는 일주일 단위로 예보가 되고 있다. 이것이 한국만 그런 건지 아니면 global standard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이런 예보를 보면서 사람들은 약속을 정하고, 본인의 외부 일정들을 정하는데 참고를 한다. 하지만 수많은 과거의 기상 데이터들이 있고 많은 기상 위성에서 기상데이터들을 보내주고 그것을 슈퍼컴퓨터가 분석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절대 ‘중계’가 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예보’의 정확도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어찌 보면 본인의 미래가 궁금해서 사주 혹은 타로를 보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주 혹은 타로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예측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다. 거기에 덧붙여 그 예측을 어떻게 풀어주느냐는 풀어주는 사람 개인의 역량인 것이고. 그리고 우린 사주 혹은 타로를 보고 와서 시간이 얼마 지난 후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두고 왈부왈부 하기도 한다. 기상예보 역시 그것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보인다. 본질적으로는.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네 삶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2. 기후변화로 인해 더더욱 어려워졌다.
‘이상’ 기후라는 말이 더 이상 ‘이상’한 현상이 아닌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지구에게 가한 여러 가지 나쁜 짓들에 대해서 더 이상은 지구가 참아주지 않고 그 분풀이를 이상기후로 하고 있는 셈이다. 별수 없다. 우리 세대가 저지른 만행은 아니지만 과거의 그 만행들 덕택(?)에 우리가 지금 누리는 것들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니. 이처럼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 하위 개념인 날씨에 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는 잘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날씨’는 수시로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은 (과거엔)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이다. 이럴 때 ‘기후’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매일 변화하는 기상현상을 ‘날씨’라고 칭한다. 근데 이것이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마는 단어 뜻 그대로 ‘비가 오래 오는 것’이지만 올해 처럼 길게 오진 않는다. 이처럼 점점 날씨가 변화하지 않고 유지되면서 기상예보 역시 더더욱 어려워졌다. 얼핏
보기엔 날씨가 변화 없이 유지되면 더 예보하기가 쉬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씨를 계속 예보하던 입장에선 어려울 수밖에 없다.
#3. 그냥 일을 못하는 거다.
일전에 한번 ‘택시기사’ 편에서 적기도 했는데 그냥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일이 어떤 일이든.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머릿속에도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이 한 두 명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기상청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기상청은 일반 사기업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집단이기에 그런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다. 근데 그들이 하는 일이 기상 예보이기에 일반 회사에서 일을 못하는 것보다 일반 사람들에게 그 영향이 더욱 직접적으로 미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일상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더 욕과 비난을 하는 것일 뿐. 우리네들에 회사에서 일 못해서 욕먹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이번 여름을 지나면서 어디서 제공하는 일기예보가 더 정확한지가 이슈가 되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노르웨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일기예보가 더 정확하다는 말 까지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일기예보를 노르웨이에서 제공하는 글로벌 일기예보로 확인하는 웃픈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포털에서 제공하는 예보가 아닌 아이폰에 있는 네이티브 날씨 앱이 더 정확하다는 말까지. 이 모든 웃픈 일들이 국내에서 제공하는 일기예보를 신뢰하지 않기에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나 역시 일기예보를 신뢰하진 않는다. 하지만 누구나 매일 같이 확인을 하고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약속을 잡는 위해서 또 누군가는 이사나 결혼식 날짜를 잡기 위해서.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비 오는 날 이사 혹은 결혼하면 잘 산다는 말은 정말이지 위로가 1도 안 되는 없어져야 하는 말인 거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