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이야기 6

모금이 시작되고

by 애로

*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긴긴밤도 끝은 난다. 아침이 밝았다. 잠시 눈을 붙였다 떼니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와 있었다. 테라가 무사히 밤을 보냈고, 마취약으로부터 완전히 깨어 눈을 끔뻑이며 있다는 소식이었다. 밥도 먹었다고 했다. 기특한 녀석... 얼마나 아팠을까..., 그런 생각에 젖을 틈도 없이 나에겐 해야 할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테라의 수술이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모금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카페에서 연락을 주었던 선배 구조자로부터 이런저런 조언을 들으며 테라의 사진을 정리하고, 모금 글에 올릴 말들을 써 내려갔다. 여러 가지의 방법을 고민했다. 처음엔 같이 가치 프로젝트에 모금을 신청하려 했으나, 테라의 경우 모금액이 너무 커서 승인 여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고, 무엇보다 승인을 받는 데에 꽤나 긴 시간이 걸리기에 나는 하루빨리 개인 모금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개인 모금이란 내 SNS를 통해 말 그대로 개인적으로, 내 통장으로 모금을 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 역시도 장단점이 존재했다. SNS에서 진행하는 모금이기에-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쉬이 테라의 모금 상황에 접근할 수가 있었고 그만큼 목표 모금액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과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라는 미지의 인물을 믿고 모금에 참여해줄지는 내가 감히 판단할 수가 없었다. 나를 많이 드러내야 했다. 진솔한 만큼 믿음을 얻을 수 있기에, 나는 나의 많은 부분을 공개해야만 했다.


그리고 테라를 만난 지 보름이 지난 8월 26일, 나는 인스타그램에 테라 구조일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글을 읽기 시작했다. 팔로우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점점 많아졌다. 테라의 글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테라를 걱정함과 동시에 나의 용감함을 칭찬해주며 안부를 물어주는 다정한 분들도 있었다. 모금이 시작되면 꼭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나는 종일 핸드폰을 붙들고 실시간으로 모든 반응을 확인했다. 아픈 마음을 뒤로하고, #후지절단고양이 와 같은 관련 해쉬태그를 수십 개씩 달아 최대한 테라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했다. 반응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친구 다여섯 명이 전부던 내 계정에 팔로워가 300명 가까이 늘어났다. 테라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다.

그렇게 나는 테라 구조자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모은 끝에 모금함이 열렸다. 즉 내 계좌번호가 공개되었고,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바일 뱅킹 어플에 들어가 모금 상황을 지켜보았다. 테라야힘내, 테라꼭살자, 테라야얼른낫고감사합 등의 익명으로 모금액을 보내준 사람들, 제각기 다른 이름의 사람들이 통장 거래 내역에 한 줄 한 줄 늘어났다. (-지금도 나는 종종 거래내역 조회를 통해 그 따뜻한 이름들을 들여다보곤 한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수백만 원이라는 큰 모금액은 좀처럼 달성되기란 어려웠다. 하루에도 몇 개씩 게시글을 올렸다. 눈 딱 감고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상황을 말씀드리기도 했다. 선생님께서는 감사하게도 다른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공유하여 여러 차례 모금에 참여해주셨다. 학교 동기, 친구들, 엄마 친구들,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담당자님... 실례를 무릅쓰고 온갖 아는 사람들을 동원했다.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피 마르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금액도 조금씩 불어났다. 후원자의 지인들도 모금에 참여하고, 이미 후원한 사람들이 재참여를 하기도 했다. 다른 고양이를 구조하고 모금을 진행했던 선배 구조자가 남은 모금액을 보내주기도 했고, 한 뮤지컬 팀이 자신들의 뮤지컬 이름으로 큰 후원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리고 모금이 시작된 지 3일이 되는 날. 5,465,000원이라는 기적적인 모금액이 모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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