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이야기 5

수술대에 오르다

by 애로

*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다친 고양이의 사진이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눈물 쏟고 하루하루 갑갑하던 나에게 웃음을 준 수술 과장님과의 통화 내용.

"테라가 밥을 참 잘 먹는데... 같은 맛 캔을 여러 번 주면 안 먹더라고요. 그래서 맛을 바꿔주니 또 잘 먹네요!" 잘 먹는 예쁜 고양이, 착한 나의 테라. 그렇게 나는 테라로 가득 채워진 하루하루를 보내며 병원으로부터의 연락을 기다렸다. 며칠 후인 13일 오후 2시경, 오늘 바로 테라의 다리 절단 수술을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섭취하는 영양소에 비해 혈구가 늘지 않았는데, 수술을 미룰수록 감염이 많이 진행되어있던 테라가 위험해지기에 선생님들께서 대구에서부터 고양이 혈액을 구하여 수혈을 진행해주었다. 그리고 13일, 약간의 혈액수치가 올라간 것을 확인 후 바로 수술이 진행되었다.


나는 약 4시간가량 진행된 테라의 긴 수술 과정을 블라인드 너머로 쭉 지켜보았다. 나무토막처럼 비쩍 마른 아이의 뒷다리를 잘라내는 순간은 마치 꿈처럼 이상하기만 했다. 온갖 생각이 나를 뒤덮었다.

'왜 하필 그날 그 시간에 오지랖 떤답시고 두리번거리며 그곳을 지나갔을까. 차라리 그날 집에서 나오지 말고 하루 종일 빈둥댔다면 아무것도 몰랐을 텐데. 아니다 차라리 내가 더 일찍 발견했어야 하는데. 조금 더 일찍 발견했으면 좋았을 텐데. 집 앞 고양이만 챙길 일이 아니라 좀 이곳저곳에 밥을 놔둘 걸. 아니다. 테라 너는 대체 어디서 누구랑 그렇게 쌈박질을 하다가 그 꼴로 이제야 나타났니. 넌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그렇지 정말 구석구석 잘 찾아서 뭐라도 좀 먹지, 물이라도 마시지.......' 하다못해 테라에게 마음속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구조부터 모든 걸 함께하며 지켜봐 온 전 남자친구와 도움을 주신 카페 회원님은 혹여나 테라가 잘못되더라도 자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지만 너무나도 겁이 났다. 아픈 아이를 앞에 두고 혹시 모를 모금 진행을 위해 증거 사진을 찍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고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정말로, 속이 상했다. 그러나 내가 테라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해두어야 테라가 치료를 받으며 건강해지는 모습을 모금을 열리게 되었을 때에 알릴 수 있기에 그만둘 수 없었다. 한 마디로, 모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카메라를 부여잡고 아픈 아이의 아픈 몸뚱이를 허락 없이 찍어내기에 바빴다. 아이는 체온이 낮아 항상 담요를 덮고 있었다. 담요를 걷으면 더욱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테라의 현상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지만 도저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저 테라를 보며 울고만 싶었지만,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울기만 해서는 나아질 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이 생명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수술 후 깨어났을 때 다리 한쪽이 없다는 것을 알면 어떤 생각을 할지.......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이게 옳은 일인지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었고 그저 두려웠다.


수술은 저녁 8시가 넘어 끝마쳤고, 나는 마취약에 취해 버둥거리는 테라를 뒤로하고 병원을 나왔다. 테라는 정말 다행히도, 깨어났다. 하지만 부작용은 언제든 닥칠 수 있었기에... 참으로 긴긴밤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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