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길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대략 예상되는 병원 정산금은 오백 만원을 웃돌았다. 그래서 모금액의 목표 역시 오백 만원이었다. 모금의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라치면 다들 오백 만원이라는 큰 금액에 혀를 차며 "사람보다도 돈이 더 많이 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오백이라는 숫자와 함께 꿈만 같던 모든 것들이 현실로 다가왔다. 잔뜩 겁이 난 나는 닥치는 대로 단기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았다. 모금이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거니와, 모금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까. 테라를 구조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이기 때문에.
대학교 등록은 기적적으로 장학재단에서 우선 감면처리가 되어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 정말 기적적인 타이밍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엄마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했다. 너 알아서 잘하되, 대학 공부하고 먹고 사는 데엔 지장이 없게 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비록 미쳤다고 했지만... 왜인지 후련해진 마음으로 나는 모금 진행에 다시금 매진했다. 그리고 테라를 구조한 지 약 한 달이 되어가던-모금 3일 차에 목표 모금액을 달성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에 얹혀있던 큰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짐을 조금씩 덜어가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테라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사람에게 큰 응원과 의심 없는 후원을 해주는 것이 신기하고 또 감사했다.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을까 봐 지새우던 밤이 무색하리라만치, 그날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가 될지 모르는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테라는 회복세가 굉장히 느렸다. 오백 만원은 한 달이 조금 넘는 40일 정도의 입원 비용을 예상한 금액이었으나, 그마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생체 시스템이 안정되지 못해 매일같이 혈액검사를 했고, 어렵사리 수혈을 받았으며,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새로운 항생제를 써가며 치료 중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염증 수치였다. 혈구 수치와 알부민 수치는 미세하게나마 올라갔지만 떨어지던 염증 수치가 다시 상향선을 그린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영양상태가 너무 나빠 염증(백혈구)조차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다가, 이제야 염증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었다. 테라는 동물에게 사용 가능한 항생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 중이었으나, 그럼에도 다시금 오르는 염증 수치 때문에 염증 검사를 통해 더욱 잘 맞는 항생제를 찾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식욕은 여전히 좋았지만, 오랜 길 생활 동안 무력해진 장 탓에 설사가 잦았다. 의료진분들은 건사료를 갈아 습사료와 섞어서 정성스레 급여를 해주었다. 순하고 무엇이든 잘 먹던 테라는 선생님들의 예쁨을 많이 받았다. 선생님들이 쓰다듬어 줄 때면 한껏 고개를 젖히고 그릉그릉 거리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인해 면회를 자주 가지 못할 땐 선배 구조자가 대신 가서 테라를 봐주곤 했다. 테라의 염증 수치는 좀처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미세한 호전세를 보여 안심을 하다가도, 또다시 올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허다했다. 먼 이야기긴 했지만, 퇴원일을 정하기란 너무나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