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길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다친 고양이의 사진이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갖은 처치를 끝낸 후, 온도계로도 재어지지 않을 만큼 체온이 떨어진 테라를 드라이기와 핫팩으로 덥혀 주었다. 테라는 수액을 달고 병원 안쪽에 있는 칸 중 왼쪽 제일 끝 칸에 자리 잡았다. 허기를 달래고 몸도 따뜻해져서인지, 날카로웠던 눈빛이 조금은 풀어진 듯했다.
병원에서는 야간 할증을 포함하여 약 50만 원가량의 금액을 정산해주었다.
당장 내일부터 대학교 등록일이 시작이라 정산된 처치비 이상의 현금이 카드에 있었지만, 절반 가량의 돈을 써버리면 등록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해 겁이 났다. 100만 원이 든 카드를 병원에 맡겨놓을 테니, 하루만 시간을 주면 지불 방법과 모금에 대해 알아오겠다고 했지만 병원 측 입장은 불가하다였다. (처치 중간중간에 고양이 카페에 급하게 질문글을 올려 몇 가지 모금과 병원비 할인에 대한 조언을 받았으나, 처치중이라 자세히 알아볼 수 없었기에) 오랜 처치에 지쳤던 나는 어떻게든 되리라는 마음으로 결제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그새 밖은 밝아져 있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 7시였다.
적막한 집에 도착하니, 내가 마주한 현실에 눈앞이 울렁이기 시작했다. 대학교 등록을 말없이 미룰 순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사실대로 테라 이야기를 꺼낼 자신도 없었다.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냥저냥 알바를 하던 학생이었고, 목돈이랄 것도 없었다. 겁이 났다. 그 와중에 새벽 응급실 처지 중 올린 다급한 질문과 테라의 상태 글을 보고 댓글이 달리고 쪽지가 오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었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자신이 맞닥뜨린 일처럼 테라를 걱정하며 연락을 취해 온 몇몇의 회원분들이 있었다.
그중 여러 차례 길고양이를 구조한 선배 회원이 있었다. 그분께서 길고양이 처치도 편견 없이, 그리고 저렴하게 진행해주는 병원이 있다며 원한다면 소개를 해주겠다고 하였다. 원하고 말고를 따질 처지도 아니었다. 또한 다른 여럿의 회원 분들은 내 사정을 듣고는 모금을 여는 것을 추천해주었다. 그 당시의 나는 길고양이 구조나 모금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저 집 앞의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우리 집 고양이를 키워내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23살의 겁 없던 나는 테라를 살릴 수만 있다면, 힘닿는 곳까지 무엇이든 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지금의 나였으면 과연 가능할까, 대체 그때의 용기는 무엇이었을까-수년이 흐른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