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이야기 2

응급실에 가다

by 애로

*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길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다친 고양이의 사진이 있으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도착한 병원에는 당직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야간 할증이 있으며 처치비가 상당할 거라고 했다. 나와 전 남자친구의 통장에는 모레부터 신청 시작인 사이버 대학교 2학기 등록금이 백 만원씩 있었기에 어떻게든 되리라는 답 없는 믿음으로 테라의 처치를 부탁하기로 결정했다.


야간이라 보조 간호사가 없었기에, 나와 친구는 수술실에서 선생님을 도와 테라를 응급 처치하기 시작했다. 엑스레이, 피검사, 그 밖의 각종 세균 검사 등을 진행했고 바퀴에 깔린 듯 보였던 왼쪽 옆구리에 가득 차 있던 농을 200ml가량 뽑아냈다.



1. 바퀴에 깔린 줄 알았던 왼쪽 옆구리의 상처는 다른 고양이에게 물린 곳이 곪은 자국이었으며, 털을 밀어보니 피부가 손상되어 속 살이 빨갛게 드러날 정도로 구멍이 컸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영양상태까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처가 생기니 아물지 못하고 점점 더 심해져 농이 차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셨다.

그밖에 앞다리의 겨드랑이 부근, 관절 부근은 피부가 벗겨져 뼈가 드러나 있었고, 한쪽 귀에도 물려서 생긴 듯 한 구멍이 나 있었다.


2. 검사 결과, 탈수가 매우 심각했다. 백혈구 수치 또한 굉장히 높았으며, 빈혈 수치도 높았고, 각종 세균 감염이 심하며 복막염이 의심되었다. 폐, 간, 심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 세균 감염이 진행되었으며 수치가 불안정했다. 최악의 상황 시 농이 가득 찬 왼쪽 뒷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3. 상처와 감염이 심해 패혈증으로 쇼크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였다.

"원래 이백 만 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검사 결과를 보니 아이 상태가 너무 심각하네요. 치료비는 약 삼백 만 원 이상이 들거라 예상되고요, 사실상 안락사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중환자입니다. 비용도 비용이고...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치료가 의미가 있을지... 애매하다고 보셔야겠네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보호자님?"





혹시 몰라 가방에 급히 챙겨 온 캔을 따줬다. 아이는 맥없이 뭉개진 다리를 잊은 듯 안간힘을 쓰며 그릇에 고개를 처박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의 두개골에 툭 튀어나온 뼈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살 통통히 오른 우리 집 고양이들의 머리는 암만 쓰다듬어도 그저 맨들맨들했는데. 테라의 머리는 두개골 뼈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얄푸름한 가죽이 덮여 여실히 드러난 척추를 집을 수도 있었다.


무스 타입의 참치캔도 씹어 삼킬 기운이 없는지, 그릇에 얼굴을 처박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혀를 느릿느릿 움직여 겨우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밀어 넣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300... 300... 300... 머릿속에서 300이라는 숫자가 동동 떠다녔다.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금액부터 헤아리게 되는 나 자신이 초라했고, 부끄러웠다.


나는 그래도 치료를 부탁드린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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