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이야기 9

가족이 된다는 건

by 애로

*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길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한 달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 테라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테라를 내가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참이나 부족하고 가난한 학생이었기에, 테라에게 충분한 가족이 되어주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과연 내가 테라를 잘 돌보며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몸이 많이 아프고 다리 한쪽이 없는, 고생길이 훤한 테라를 누가 선뜻 돌보겠다고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게 테라를 보내면 내 마음에 후회가 남을 것만 같았다. 가진 건 없어도, 부족하고 가난할지라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테라와 함께하고 싶었다. 어린 날의 치기였을까, 혹은 오기였을까? 분명한 건, 이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입원한 내내 하루 종일 테라 생각만 했다. 우리가 가족이 된다면... 함께 산다면, 테라가 또다시 아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할 것인지. 가족이 된다는 것은 내가 테라를 오롯이 감당해야 함을 의미했다.


테라와 말이 통한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의견이라도 물어볼 텐데, 그런 마음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직접 테라와 대화하고 싶었다... 너, 우리 집에서 살래? 괜찮니? 언니가 네 가족이 된다는 것에 동의하니? 너에게 비싼 사료를 사주지 못하더라도? 암만 물어봐도, 테라는 왜앵, 왜앵. 걸걸한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8월 10일 입원한 테라는 두 달이 지난 10월 18일, 기나 긴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하게 되었다. 한 달로 예상했던 입원 기간은 어느덧 두 달이 되었다.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다. 며칠 전 먼저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테라를 맞이할 준비를 한 나는 일단 격리장을 주문했다. 집에는 내가 원래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테라가 우리 집에 올 것을 알고 있었고 테라를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테라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터였다. 테라에겐 두 녀석들과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병원비는 총 10,788,900원이 정산되었다. 놀랍지 않았다. 한 달로 예상했던 입원 예상금이 오백 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두 달을 입원했으니, 정산금이 두 배로 불어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병원 측에서 '길고양이 할인'을 해주었다. 10,788,900원에서 5,651,000원이 할인되어 총 5,137,900원을 정산했다. 원래 그런 게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다. 맘씨 좋은 원장님과 그간 테라를 위해 애써주신 병원 선생님들은 내가 모금을 하는 것을 알고 계셨다. 모금액이 오백 만원을 조금 웃도는 것도 알고 계셨다. 아무래도 그분들의 의견이 반영된 듯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테라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건강을 회복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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