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6년 8월 8일 - 2018년 7월 24일, 약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하고 고양이 별로 떠난 길고양이 테라의 구조일지를 재편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집에 온 테라는 생각보다 적응을 잘했다. 초반엔 격리장 생활을 했는데, 3단 격리장에서 주로 1층과 2층을 오가며 숨숨집 안에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 있곤 했다. 집에 있는 두 고양이들이 다가가도 무심한 듯 시크했다. 나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가까이 가면 왜옹 왜옹 거리는 일이 잦았다. 가끔 말이 잘 통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살이 올라 뼈가 드러났던 두상도 매끄러워졌고, 홀쭉했던 두 볼이 통통해졌다. 수술하느라 밀었던 털도 자라 예쁜 미모가 눈에 띄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었던 것은, 구내염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침이 수시로 줄줄 흐른다는 것이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때에도. 침이 흥건히 입가에 고여있었다. 테라는 그것이 불편한지 고개를 홱홱 틀어 사방에 침방울을 날리곤 했다. 아픈 이로 꿀떡꿀떡 사료를 삼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사료를 씹지 못하고 그냥 삼켜버리니 변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설사가 잦았고, 냄새도 매우 독했다. 테라도 그것이 신경 쓰이는지, 화장실에만 가면 모래를 덮고 또 덮어댔다.
고양이들은 하루 일과 대부분을 그루밍을 하면서 보내는데, 테라는 어쩐지 그루밍을 할수록 털이 지저분해졌다. 피부 껍질이 떡져있다가 이곳저곳에 떨어지곤 했다. 사람의 지루성 피부염과 비슷했다. 염증이 있는 침으로 그루밍을 하니 피부에 좋을 리가 없었다. 약용 샴푸로 일주일에 두 번 꼴로 목욕을 시켰다. 한 후원자 분께서는 세상에서 제일 목욕을 자주 하는 고양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실 정도였다. 여느 고양이와 다름없이 테라도 목욕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힘이 없어서인지 크게 저항하는 일은 없었다. 딱한 녀석... 그저 걸걸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왜웅 왜웅, 목욕하는 내내 화장실이 떠나가라 울 뿐이었다.
사료를 그냥 삼키는 것이 걱정되어, 나는 원두 그라인더를 사서 사료를 갈기 시작했다. 사료를 갈아서 물에 비벼줬는데 영 반응이 안 좋았다. 맛이 없었겠지... 물에 갠 사료라니. 빠르게 반성을 하고 곱게 간 사료와 습식 캔을 섞어서 주니 그렇게 잘 먹을 수가 없었다. 테라가 먹는 모습만 봐도 정말 배가 불렀다.
그렇게 식욕이 좋던 테라가 어느 날 음식을 거부했다. 그동안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음식을 거부하는 테라의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심장이 발치까지 내려앉았다. 더 이상 그 어떤 병원도 데려가고 싶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구내염 치료가 필요할 거 같았다. 퇴원을 하고도 입원했던 병원에서 항생제를 타 와 먹였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두 달 동안 구내염에 대한 치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놈의 구내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한 달 정도의 구내염 내복약을 먹었음에도 차도가 없어 나는 동물 치과전문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테라의 구강 상태를 보신 선생님께서는 테라가 구내염과 치주염을 갖고 있고, 이가 몇 개 없는 것으로 보아-이전에 인위적인 발치 경험이 없다는 가정하에(길고양이이므로) 치아 흡수성 병변 또한 의심된다고 하셨다. 또한 잇몸이 붓고 충혈되어 밥을 먹을 때마다 굉장히 고통스러울 거라고 했다. 테라 정도면 밥을 못 먹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먹고 싶어도 이가 너무 아파 굶게 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구내염은 길고양이들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지독한 병이라고 한다.)
각종 정밀 검사와 전 발치 수술의 예상 금액은 이백 만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나는 손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커다란 보조기를 차고 다니는 팔뚝은 조금만 움직여도 아팠다. 혼자서 옷을 갈아입는 것도 무리였다. 하고 있던 일은 양손을 끊임없이 쓰던 일이었고, 노동력 상실로 인해 아르바이트는 무기한 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염치없게도, 2차 모금을 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