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한라산의 동쪽 마을 한동리.
한동리에 산다고 하면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나마 유명한 월정리와 평대리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마을에 유명한 식당과 괜찮은 카페들이 있어 여행 온 사람들이 찾기도 하지만 그 이유 외에 일부러 들리는 곳은 아니어서 마을은 대체로 조용하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 중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아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집에서 골목 하나를 돌아나가면 바다가 나온다. 바로 바다 앞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들고, 골목 하나 돌아나가면 바다가 나오는 점도 이 집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다.
제주도 바다는 어느 바다나 예쁘지만 유독 동쪽 바다는 투명하고 색이 예쁘다. 매일 하루에 최소 한 번씩은 바다에 나가 바다를 본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바다여서 질릴 새가 없다.
이 마을에서 사는 한동안은 이 바다를 매일 볼 수 있다. 즐거운 날도 슬픈 날도 이 바다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다.
한동안은 한동리에서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