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주망태 May 22. 2024

맥주 안 좋아해요, 근데 왜 계속 생각나요?

금주 후 가장 자주 생각난 술, 그리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


  "맥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아니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금주 후에 가장 많이 생각나는 술이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맥주"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맥주를 다른 주종에 비해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첫 번째 이유는 배가 너무 불러서 많이 마실 수가 없고, 둘째로는 배부름을 참고 많이 마셨을 경우에 취하는 정도에 비해 다음날 숙취가 심하기 때문이었다. 종합적으로 나는 맥주가 나와 맞지 않는 술이라고 생각했고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맥주는 또 맥주만이 가진 매력이 엄청난데 그중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꼽을 수 있는 건 갈증을 한 번에 날려주는 '청량감'이다.


  아주 더운 날 제법 먼 거리를 걷고 나서 식당에 들어서게 된다면 밥보다 중요한 건 역시 맥주다.

  "사장님 일단 시원한 생맥주 한 잔 주세요!"

  머리가 띵해지게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면 그제야 식사 메뉴를 찬찬히 살펴볼 여유가 생긴다. 고된 하루를 끝마치고 저녁식사 자리에 앉았을 때 역시 맥주가 먼저 들어가 줘야 한다. 까다로운 일이 엄청 많았거나 특히 피곤한 사건이 있었거나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약이라도 찾는 심정으로 맥주를 주문하게 됐다.

  "사장님, 사람 좀 살립시다. 맥주... 빨리 맥주 주세요!"

  샤워를 하고 나와서 물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때는 또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 꺼내서 마셔줘야 한다. 물 열 잔에 버금갈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면 갈증이 싹 사라지는데 이건 과학적인 바탕이 있을 것만 같다. (맥주의 갈증 해소 효과에 관한 지식이 있으신 분은 알려주시길..!)


  술을 끊게 됐다고 해서 더위를 안 타는 것도, 갈증을 못 느끼는 것도, 무엇보다 고된 하루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도 아니어서 이런 상황들을 만날 때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의 맛이 못내 그리운 것이다. 그만큼 생활에 가까운 술이기도 하고 또 아무 데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맥주는 한편으로는 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주당들은 독일에서는 물보다 맥주가 더 싸서 물 대신 맥주를 마신다는 썰을 빼놓지 않고 얘기할 기회로 삼는다. 


  주당이 아니어도, 술을 그리 즐기지 않으면서도, 맥주의 이런 시원함과 청량함 때문에 술을 끊지 못하겠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지친 하루를 끝내고 시원한 캔맥주 한 모금이 주는 위안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으니까. 누구보다 그 청량함을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그만큼 같은 질문도 많이 받는다. 아마도 금주 후에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맥주 관련일 것이다.

  "저녁 샤워 후 맥주는 어떻게 끊나요?"

  내가 그 갈증을 이기는 방법은 탄산수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다른 과일향이나 단맛이 추가된 탄산수가 아니라 플레인 탄산수를 마신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무향 탄산수를 브랜드별로 마셔보고 탄산의 강약이나 목 넘김, 마신 후에 위장에 부담이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입맛에 맞는 탄산수를 고르면 된다. 나는 부드러운 탄산을 좋아하는데 시중에 판매되는 병 탄산수는 오히려 탄산이 너무 강해서 탄산수 제조기를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탄산수 제조기 역시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 제품이 있고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어도 모델에 따라 추구하는 탄산의 맛이 다양하기 때문에 매장에 방문해 직접 시음해 보고 잘 맞는 탄산수 제조기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래도 탄산수랑 맥주는 많이 다르잖아요!"

  분명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그냥 맥주 드세요, 그 좋은 걸 왜 끊어요?"


                    

이전 10화 낭만 주당 연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