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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Jun 14. 2019

가꾸다.

여든네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요즘에 머릿속에 계속 '가꾸다'라는 말이 맴돌아요. 가꾸다 아니면 가꿈. 발음마저 사랑스러운 이 단어 덕에 요즘에는 참 기분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전화를 하면서 당신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인생의 꽃이 핀다'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피면 지기 마련이라는 점도 싫고, 나름 행복했다고 생각하는 지난 인생을 아직 꽃피지 않은 시절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 싫다고 했었죠.


 그 말을 듣던 순간에도 이리저리 반박을 하긴 했었지만 '가꾸다'라는 말을 마음에 품은 요 근래에는 아무래도 '인생의 꽃이 핀다'는 그 표현을 손에서 놓기가 싫어지더랍니다. 원래 그럴듯한 비유라는 것이 포기하기 어렵긴 하지만 내게 당신이 항상 꽃 같은 사람이고 언제나 꽃을 피울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한번 피고 지는 것이 아닌 꾸준히 가꾸어 주고 싶은 여러해살이 꽃 말이에요.


 서로를 보듬고 가꾸어주는 관계. 아마도 사랑이란 그런 관계가 아닐까요. 만나면 설 없던 시간이 남긴 흉들을 조심조심 고운 손길로 닦아내고, 서로에게 드리운 구름을 잠시나마 걷어내서 햇살을 비추어주는 관계. 나는 그래서 당신이 좋고 이 사랑이 좋아요. 덕분에 여전히 노력해야 하는 사랑이지만, 서로를 재단하지 않고 가꾸는 사랑을 얻고 만들어갔던 것보다야 어려울까요. 더 예쁜 사랑으로 만들어 가요 우리. 지금까지처럼 당신을 좋아할게요, 항상 행복할 수 있도록.


 요즘따라 일이 많아서 전화도 잘 못하고 있네요. 퇴근을 하면 이미 거의 11시.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조금씩 쌓여갈 외로움과 소외감을 이 편지가 씻어내 줄 수 있기를 바라요. 내일 해가 뜨면 이 편지를 보낼게요.


 사랑해요.



2017.08.07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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