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한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안녕 아가씨, 소풍은 즐거웠나요? 누나가 따뜻한 동네로 잠시 소풍을 다녀오는 동안 우리 동네는 조금 많이 추웠어요. 한 해의 첫 달이 저물어가며 낮은 많이 길어졌지만, 여전히 얼음들은 햇빛을 견디고 세상을 놓아주지 않네요. 영하 17도라는 기상예보를 듣고 새벽 4시에 근무를 나갔는데, 차창에 닿자마자 입김이 하얗게 얼어버리더랍니다. 공항에 당신을 데리러 간 날이라도 날씨가 조금 풀렸던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한국은 아직도 많이 춥네요. 한국이 이렇게 추울 줄 알았으면 하루 이틀 더 스페인에 있는 건데 말이에요. 그렇죠?
보름 남짓, 17일 정도밖에 안 되는 여행이었는데 기다림은 왜 그다지도 길었을까요. 많이 보고 싶었어요 아가씨. 사실 침대에 누울 때 즈음마다 그 날 당신은 무엇을 했을까, 헤매진 않았을까 당신 생각을 했어요. 평창 올림픽 때문인지 날씨 탓인지 당신을 여행 보낸 주는 일주일 동안 퇴근을 딱 두 번 했어요. 밤에 도란도란 이야기할 아가씨도 없겠다 일이라도 많이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봐도 너무 일을 많이 한 것 같군요. 잠깐 다녀오는 것도 이랬는데 연수원 다녀오는 시간은 또 얼마나 길까 싶어요. 시간이 조금 미뤄진 것은 다행인데 그때 가서 남자친구 전역할 때까지 돌아오지 못한다니. 2년 꽉 채워 남자친구 기다린 고무신 아가씨인데 남자친구 전역하는 것도 못 봐서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제주도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고 있어요. 수송기로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혹시 가능할까 편을 알아보고 있네요. 2년 내내 집에 데려다줬는데 여자친구 보러 가는 길 한 두 번 정도는 태워다 주지 않겠어요? 모아 둔 휴가와 모아둔 월급을 쪼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당신을 찾아가려고요. 남은 시간 동안 잘 쉬고 연수원 잘 다녀와요. 내가 찾아갈게요. 사랑해요.
2018.02.04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