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편지, 진주 기본군사훈련단, 2016.06.24
*열 번째 편지와 이 편지 사이에 편지 두 장을 더 발견해, 소제목을 열세 번째 편지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열한 번째 편지와 열두 번째 편지는 이어서 올리도록 할게요.
To. 콩
다시 누나를 만나기 전 적는 마지막 편지예요. 누나에게 받은 마지막 편지에, 누나도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적혀있어 안심했어요. 6주는 참 짧아 보여도 짧지 않은 시간이니까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참 묘한 일이에요. 40일 남짓. 때로는 빨랐고 때로는 더없이 느렸던 나날이었지만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누나 생각을 담아두었던 것은 똑같았어요. 오늘은 문득, 어쩌면 누나가 내가 처음으로 웃으면서 그리워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리움이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새롭고 소중한 기분이더라고요.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많이 좋아하나 봐요 누나를.
어제 마지막으로 소대별로 사진을 찍는 시간이 있었어요. 카메라를 보면서 웃는데, 버릇처럼 누나 생각을 하면서 미소를 짓게 되었어요. 누나를 만나기 전에는 사진을 찍을 때 어색해하기만 하고 잘 웃지도 못했던 나라서, 이제는 카메라를 보면 당신 생각을 하더랍니다. 어색하지 않고 웃는 표정을 짓는 방법이 누나의 얼굴을 보는 것뿐이었던 지라 누나 생각을 하며 웃으며 사진을 찍었어요. 누나가 편지에 내 진짜 웃음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누나가 보고 있던 내 모든 미소가 바로 진짜 미소였어요. 일부러 웃음을 잘 짓지 못하던 나는 이제 진짜 미소가 필요할 때 누나 생각을 해요. 그런 사람이 되었어요.
군인이 되면서 왼손에서 커플링을 잠시 빼두게 되었지만, 그 대신 누나가 사준 시계를 왼쪽 손목에 차고 모든 훈련을 받고 있어요. 심지어는 손목에 시계를 차기 껄끄러운 각개전투 같은 훈련도 나는 이 시계를 빼두지 않고 훈련을 받았던 것 같아요. 화생방, 유격, 각개전투, 행군. 모든 훈련을 함께하다 보니 조금 흠집도 나고 방수 기능도 깨져버려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이 시계가 좋고 이 시계 덕에, 누나 덕에 모든 일들을 해냈다는 생각을 간혹 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준 물건이었으니까요.
6주라는 기간은 군생활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전체 시간의 16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이기도 했어요. 앞으로 이 시간을 15번 정도만 더 보내면 누나의 고무신 생활도 끝입니다. 그때까지 꼭! 서로의 시간 속에서 최대한 웃으며 지내기로 해요. 정말 정말 사랑합니다. 이제 곧 만나러 갈게요.
2016.06.24 - 수료식 날, 형우가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