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다섯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To. 콩 아가씨
행복하고, 또 서운했던 제주도 나들이가 끝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어요. 벚꽃도 유채꽃도 아직 다 피어나지 않은 3월의 차가운 제주. 봄인데도 바람이 좀 차서 간혹 당신이 몸을 떨었는데, 실수와 오해가 남겨 둔 서운함 투성이었던 내 품이 충분히 따뜻했을까 지금에 와서야 좀 걱정이 되어요. 미운 짓 투성이었던 우리 아가씨. 갓 스물네 살이 된 이 조막만 한 삶에 당신을 담은 게 이제 5년째인데, 우리 연애는 아직도 성장통을 겪고 있네요. 얼마나 더 크려고 이러려나. 사랑해요, 그래도 행복한 여행이었어요.
4월의 키워드를 하나 뽑자면, 아마도 운동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아가씨가 제주도에서 태릉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운동에 열심히라는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다음 제주도 여행에는 짠하고 살 좀 빼고 잘생겨진 모습으로 나타나 볼까 싶어 지난주부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식단 조절을 조금 하면서 운동량을 늘려가고 있는데, 목표라도 세워볼까 싶어 이번에는 그 목표를 마라톤으로 잡아봤습니다. 다이어트도 할 겸 또 한 번 한계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까미노 순례를 다녀와서는 그렇게 정신없이 몸 써 본 적이 없거든요. 목표가 목표이니만큼 근시일 내에 할 수는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알아보니 5월 19일에 하프마라톤 경기가 열린다기에 일단 첫 번째 목표로 잡아두었습니다.
워낙에 뛰고 걷는 것을 좋아해서 노리고 있던 목표이긴 했던 지라 차근차근 성실하게 거리를 늘려나가며 구보를 뛰고 있어요. 똥글똥글한 주제에 6km 정도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긴 했는데, 지난 일요일에는 10km 달리기에 성공해서 자신감이 조금 더 차올랐어요. 월요일 하루 쉬고 화요일에 다시 10km를 뛰었는데 휴식이 조금 부족했던 건지 살짝 버거워 쉬는 일정까지 잘 고려해서 운동 일정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한계에 도전하는 느낌으로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어요.
훈련소 때 15kg 정도를 빼서 나갔을 때 누나가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도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네요. 자대오고 열심히 일만 하느라 고기 대여섯 근 정도 이곳저곳 나눠서 붙여놨었는데, 누나 몰래 얼른 홀라당 구워 먹고 갈 계획입니다. 힘들기야 하겠지만 좋아할 우리 아가씨 생각하면 뭔들 못하겠어요. 건강 해치지 않게 주의하며 열심히 할 테니 마음 편히 기다려주세요.
탁구하면서, 또 다른 운동하면서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조심조심 지금처럼 예쁜 모습으로 기다려주세요.
사랑해요.
2018.04.02 - 2018.04.04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