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13
To. 콩씨
왜일까, 이 편지지는 언제나 누나한테 보내는 것 같아. 우리가 그렇게 마카롱을 좋아하던 커플도 아니었는데 책상 속에는 마카롱이 그려진 편지가 쌓여만 가네요. 그런 김에 오늘은 조금 달달한 편지를 써볼까요?
면회가 끝나고 3일 차. 그때 누나가 2, 3일 정도만 피곤해서 앓고 일어나겠다고 했으니 오늘은 아직 온몸 구석구석 피로감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단정한 점심을 마치고 차분한 오후의 햇살에 반해 낮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참 보고 싶은 광경입니다. 언젠가 햇살이 스며든 교정의 창가에서 잠이 든 누나의 모습을 내가 가만히 지켜보았던 것처럼,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장면이겠지요. 때로는 코미디였고 때로는 로맨스 영화였던 우리의 연애 속에서, 여주인공이 빛났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누나는 알까요.
정말 행복했던 면회였지만 중간에 한 번 누나가 잠시 시무룩해진 적이 있었어요. 아마도 꿈이 없다고, 꿈을 꾸며 커왔던 자신이 어느새 평범해져 버렸다고 조금 울적해졌던 것 같습니다. 꿈이라는 것은 참 어려워요. 많은 사람들이 꿈을 가지라고, 꿈을 가져야만 한다고들 하지만 정작 "뭐하는 사람이 될래?"라는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그렇게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질문이 조금 잘못되었을 뿐이죠. 좋은 질문은, 꿈을 물어보는 올바른 질문은 "어떤 사람이 될래?" 가 아닐까요. 그리고 이 질문 속의 누나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죠. 이미 정말 특별한 사람인 걸요.
내가 알고 있는 누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때로는 미소 하나로, 때로는 정성스레 구운 쿠키 한 조각으로. 때로는 따뜻한 포옹과 유쾌한 장난들로 나를 웃게 해 주고 편안하게 해주곤 했죠. 특별하지 않은 해프닝에도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진 사람인 당신. 어른스러운 고민 속에서도 아이 같은 솔직함을 잃지 않은 어린 아가씨. 목선이 고와서 언제나 비밀스러운 세련됨을 간직한, 한복이 참 잘 어울려 내 입가를 춤추게 하는 사람. 다채로운 표정에 나는 반했었고, 그 안에 숨은 풍성한 감정들에 다시 한번 마음을 건네었어요. 지금도 이렇게 예쁜 사람이, 앞으로는 어떤 사람이 되어줄까요?
우리는 참 좋은 연인이에요. 그런데 그 이유는 우리가 언제나 행복해서도,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껏 의지할 수 있어서도 아니죠. 우리가 함께 커가고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제 겨우 3년 차, 짧지도 않지만 길지도 않은 이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이 달라졌어요. 서로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특별해졌고,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해주며 함께 나아가겠죠. 그리고 우리는 분명 꿈을 이룰 거예요. "뭐하는 사람"이 아닌 "어떤 사람"이 되는 꿈을 말이에요. 나는 그 길을 누나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러니 사랑스러운 당신, 당신은 부디 꿈을 가진 사람이 되어주세요. 그 꿈을 같이 이룰 수 있도록.
사랑해요.
2016.07.13 - 당신의 연인이.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2016.07.10-12 일에 쓴 편지를 새로 발견해서 스물세 번째 편지로 정정했습니다. 스물 두 번째 편지는 내일 업데이트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