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

스물네 번째 편지, 공군 군수 2 학교, 2016.07.13

by 김형우

To. 가족


월요일과 화요일은 왜인지 모르게 시간이 정말 빨라 지나갔어요. 그동안 두 번 정도의 실습을 더 나갔고 이제 시험을 앞두고 있네요. 여전히 고구마가 먹고 싶고, 책을 많이 읽어요. 가져온 책은 이미 다 읽었고 같은 호실 동생에게 빌린 책도 다 읽고 나서 새로운 책을 찾아 나섰습니다. 훈련소에서도 같은 호실이었던 형님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가져오셨길래 이번에는 이 책을 빌려다 읽고 있어요. 원래부터 좋아했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사뭇 달라 조금은 신기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옛날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주인공의 고독이 가진 퇴폐적인 매력에 눈길이 가고 그 무력함과 순수함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은데, 지금 보게 되는 요조(주인공)는 한층 더 불쌍하고 안타까워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씁쓰레한 글이었을 줄이야. 마치 오랜만에 마신 술이 너무 쓰게 느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뭐 어쩌면 그때보다 지금의 제가 더 행복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하며 문장을 한 잔씩 마셔가는 중입니다.


아. 편지에 쓴다 쓴다 생각하면서 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꺼내질 못했어요. 요즘은 정말 형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랑스러워집니다. 내 형이 과탑이라니. 나는 우리 세대에서는 1등이 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과탑이라니. 역시 우리 형은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어요. 요즘에는 또 영어 공부한다고 매일 새벽까지 공부한다는데 괜히 또 멋져 보이고 그러네요. 생각해보면 우리 형제는 서로의 특기학교 기간이 행운의 시기인가 봐요. 형이 특기학교에 있을 때 나 대학 합격하고 면회를 갔던 것 같은데, 군수 2 학교가 우리 형제랑 잘 맞나 봅니다.


월요일에는 3 여단 세부 T.O가 공개되었어요. 안타깝게도 형이 있던 부대는 자리가 나지 않아 갈 수 없을 것 같네요. 특기학교 성적을 보고 어디를 지원할지 잘 생각해보려고 해요. 어디를 가든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테니 일단은 최선을 다해 특기학교 생활을 마치려고요. 자대 생활은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그래도 누나나 엄마, 아빠가 찾아주기 쉬운 곳이면 좋으니까요. 아들 보려고 이 주 연속으로 진주에 내려오신다고 해서 감사해요. 정말 피곤할 텐데 그래도 이 먼 도시에서 아들과 함께 거니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또 편지 쓸게요. 사랑해요.


2016.07.13 - 아들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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