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G와 맞후임

서른일곱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08.29

by 김형우

To. 아가씨


후아 언제나 월요일의 피로도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쩌면 어제의 달짝지근했던 외출 때문일 수도 있겠죠. 행복했어요.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덕분에 즐긴 따끈한 라멘은 맛있었고. 같이 걸은 거리도, 누나가 불러준 노래도, 함께 나눈 이야기도 모두 기분 좋은 것 투성이었으니까요. 길었지만 짧았던 하루. 누나도 그 하루를 행복하다고 해주어서 참 다행이에요. 덕분에 행복했어요. 고마워요.


최근에 많이 바빠서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 것 같아요. UFG 훈련이라고 한미 연합훈련이 8월 말부터 진행 중이라 공군에서도 훈련 기간에 이런저런 훈련을 했거든요. 우리가 하는 훈련은 다 끝나서 비교적 여유로워지기도 했고 그 덕에 어제 외출도 나갈 수 있었지만 그동안은 자대에 와서 하는 첫 훈련인 탓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군장도 매어보고, 내 총도 들어보고. 산에 올라가서 진지에 들어가 기지를 지키는 기지 방호 훈련도 해보았는데 기수 차이가 꽤 나는 선임들이랑도 함께 훈련을 해야 해서 한 껏 긴장을 하고 훈련을 해야 하기도 했죠. 근무 상번을 한 작전차량중대원들은 다른 훈련을 진행하느라 기지 방호 훈련에서 제외되었는데 아직은 그게 어떤 일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썩 괜찮은 첫 훈련이 아닌가 싶어요.


아, 내일은 드디어 765기 후임들이 15비로 오게 됩니다. 사실 훈련소에서 1주일 동안은 같이 지낸 친구들이긴 한데, 자대에서 맞이하는 진짜 내 후임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설레기도 하고, 이런저런 것들 가르쳐야 할 것 생각하면 진심으로 귀찮기도 하고. 이제 내가 막내가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이 병아리님들 일병 달 때까지 한 세월이니 아직 막내구나 싶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해요. 군대에서 와서 느낀 건데 정말 군대라는 곳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달라져서 지루할 틈이 없는 것 같아요. 막내일 좀 하려다 보니 막내가 들어온다고 하고, 중대 배치받고 적응을 좀 하나 싶었더니 UFG라고 정신없이 훈련을 하기도 했죠. 시간이 빠른 것인지 군대가 다이내믹한 것인지.


아마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익숙해진 업무를 익숙하게 해내는 익숙한 하루들을 맞게 될 거예요. 편안한 나날 일지, 지루한 나날 일지 잘 모르겠지만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은 조금 일찍 잠을 청해야겠네요. 아마도 아가씨도 어제의 피로를 풀어가며 밤을 보내고 있겠죠. 좋은 꿈 꿔요 아가씨. 사랑해요.


2016.08.29 - 형우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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