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세 번째 편지, 공군 서울공항, 2016.10.29
To. 나의 콩 아가씨
첫 장을 펴자마자 한눈에 반한 책이 있었어요. 그 첫 장에는 이런 글이 쓰여있더랍니다. '미루어두었던 저의 사랑을 내어놓습니다. 그대의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어느 때에 꺼내 전해주십시오.' 오늘 저는 모아둔 사랑을 그대에게 잘 전해줄 수 있을까요. 부디 당시의 오늘이 행복하기를 빌며 나는 있는 힘껏 당신을 좋아해 볼 생각이에요.
이 편지를 열어보았을 때 즈음이면 아마도 아가씨도 선물을 열어보았을 거예요. 기억이 날까요? 당신이 지난 8월에 앞을 지나치기 힘들어했던 그 화병이에요. 초도 외박 때 함께 다녀온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뮤지엄 샵에 있던 백자 철화 끈무늬 병인데 안타깝게도 내 다음 휴가 전에 특별전이 끝난다고 해서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해두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준비해온 당신의 생일 선물. 선물을 사둔 것이 8월 6일이었으니까 거의 3달을 기다린 선물이 되었네요.
선물이라는 것은 참 묘해요. 선물을 받는 것은 분명 아가씨인데, 그것을 받고 좋아할 당신의 모습에 내가 먼저 설레고 더 오래도록 들뜨고 즐거우니까요. 3달의 시간, 나는 또 누나 덕에 설레었군요.
생일 축하해요 아가씨. 언제나 당신 덕에 행복한 나라서 내가 축하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정말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참 보고 싶네요. 지난 휴가 때 카톡 프로필을 이렇게 바꾸었어요. '콩을 좋아하는 시간들'이라고. 시간에 무딘 커플이라 서로를 사귀어 좋아해 준 지 1000일째 되던 날도 잊어먹은 우리지만, 그 시간이 참 재밌고 즐거웠던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내가 반했던 그 표정들을 보며, 내가 반했던 그 웃음들을 보며. 나는 한참을 행복해했어요.
이유를 두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라서 좋아하고, 하루하루 사랑하는 이유들을 새로 찾아나갔던 그 시간들. 그대에게 그 시간의 추억들이란 어떤 빛깔인가요.
사귀어가며, 사랑해가며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많이 달라졌고 또 많이 노력해온 것 같아요. 혹시 당신이 힘들었을까 조금은 걱정도 되네요. 내가 군인이 되어서, 자주 당신을 보고 사랑했던 옛 날들과는 다른 환경이어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전화를 통해서라서. 아마도 걱정도 많이 되고, 이런저런 고민들도 생겼을 텐데 잘 버티고 있어 주어 참 고마워요. 때때로 외로운 순간이 생길지도 모르고 행복했던 세상이 얼룩져 보일 때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곧 내가 그 곁에 다가가 웃게 해 줄 테니 당신도 항상 내 곁에 있어주세요.
언제나 지금처럼, 지금까지의 당신처럼 하루를 보내고, 한 주를 보내고.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당신은 항상 행복하리라 믿어요. 그런 당신을 좋아하는 내가 곁에 서 웃음을 놓아주지 않을 테니까요. 바로 이 편지와 같은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할게요. 생일 축하해요.
2016.10.29 - 낭콩
*저를 제외한 모든 편지 수령인들의 이름은 가명이나 애칭, 혹은 평소 좋아하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경우, 콩/누나/아가씨 등을 사용할 예정이에요.
***커버 이미지로 올려둔 사진 속 화병이 바로 본문에 언급된 백자 철화 끈무늬 병이에요. 그 아래 놓인 봉투가 바로 지금 이 편지가 담긴 편지봉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