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받았던 첫 편지.

세 번째 편지, 진주 기본군사훈련단, 2016.06.03

by 김형우

To. 콩


사랑스러운 콩씨. 드디어 누나의 편지가 왔어요! 글씨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것 같아 한참 동안 기분이 좋았네요. 우리 아가씨, 나 없이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당신이 많이 보고 싶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콩이 얼굴을 생각하며 조금은 수줍고 조금은 실없는 미소를 짓는데, 예쁜 얼굴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가도 당신이 지금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훈련소에 들어오고 서로를 보지 못한 지 3주 차가 되어가는데, 그동안 당신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지 궁금하고 또 궁금해요.


누나가 보내온 인터넷 편지를 읽어보면 아직도 철부지 귀여운 콩씨 그대로인데, 혹여나 밝게 두드려낸 글씨 뒤에는 이 시간을 힘겨워하는 서글픈 얼굴이 있을까 걱정이에요. 어른스러운 면도 많은 누나지만, 울보가 되어버리는 순간도 많아서 지금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마음이 조금은 무겁네요. 나 사실 누나가 걱정돼서 새벽 5시 50분에 먼저 일어나 편지를 쓰고 있어요. 편지를 쓸 시간이 없을까 봐.


우리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의 크기를 느껴요. 우리는 꽤나 오랜 시간을 사랑하며 보냈고, 그 시간이 남겨준 여러 추억들은 서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만들 흔적들을 남겨주죠. 나는 요새 손톱이 자라는 것을 보며 당신 생각을 해요. 누나는 예쁘게 정리한 손톱을 좋아했고, 나는 그런 누나를 위해 누나를 보러 가는 날이면 천천히 손톱을 다듬었어요. 오이와 파프리카를 싫어하던 내게 누나는 짓궂은 미소로 이 놈들의 풍미를 설명했고, 이 곳에 와서 나는 이 친구들을 앞에 두면 자연스레 누나 생각이 떠올라요. 선크림을 바를 때도, 이를 닦을 때도 자잘한 추억들은 이 안에서 우리 아가씨를 떠올리게 하고, 그 덕에 나를 웃게 해요. 우리가 헤어져 있는 시간 속에서도 나의 웃음은 여전히 당신이 책임지고 있나 보네요.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나 없이 보냈던 첫 주말, 나 없이 보내는 첫 토요일. 걱정은 많이 되지만 그래도 잘 버텨냈기를 바라요. 어색한 시간을 넘어 운동도 시작했을 테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겠죠. 사실 공부를 잘하고 있을 것이라 기도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공부할 수 있을 거라 믿지는 않아요. 많이 힘들 테니까요. 그래도 한 번 날 놀라게 해줄래요?


누나, 이제 우리가 만나는 날까지 22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길어 보일 수도 있지만 벌써 반이나 흐른 거야. 많이 힘들 때면 나랑 무엇을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해두세요. 딱 하루 동안이지만 힘껏 사랑을 채워줄 테니까. 그 시간만큼 나를 생각하고 그리워해 주면, 내가 살도 빼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서 당신을 찾으러 갈게요. 가서 듣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해주지 못했던 나머지 이야기들을 해주고 그다음에는 손잡고 쿠바 샌드위치라도 먹으러 가자.


나는 소식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도 내 곁에는 내 노트를 빌려다 수업 내용을 열심히 옮겨 적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글씨를 잘 쓴다고 다들 놀라고 있는데, 사실 제대로 된 펜이 없어서 많이 아쉽네요. 더 예쁜 글씨로 편지를 써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앞으로도 콩이한테 많이 편지해줄 테니까 보면서 많이 웃고 행복해 해주세요. 내가 많이 어려서 24살에 고무신 만들어 준 거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조금 미안하고, 정말 많이 사랑해요.


2016.06.03 - 당신을 사랑하는 형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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