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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다원 Mar 21. 2024

집착이 많아진 나이

내 것이 많아지면서 집착이 함께 늘었다.


오늘의 집은 말했다. '누구나 예쁜 집에서 살 수 있어'라고. 그가 말하는 '누구나'에 당연하게 '나 역시'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나 일반적인 범주에 속하는 누구나 중에 한 명일 뿐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마케팅을 업으로 삼으며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수없이 썼다 지운 글과 시간을 망각하고,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 카피에 현혹되어 버린 것이다.


 처음 자취를 시작한 날, 수저 한 벌이 없는 나의 집을 보고 깨달았다. '예쁘게 살기는커녕 인간답게 살기도 힘들겠다.' 수저가 없는 경험은 무척이나 생경하다. 생필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 샴푸나 린스, 샤워용품은 어쩌다 한 번, 다 사용해 버리고 채워 놓지 못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살면서, 심지어 인도로 여행을 갔을 때도 숟가락과 젓가락이 없어 당황해 본 적이 없다. 밥을 먹기 위한 숟가락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정말 가진 것이 없구나'. 현실이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당연하게 자취를 준비하면서 식기와 수저를 사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늘 언제나 있던 물건이기 때문에 그냥 있는 물건 인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수저와 식기들 그리고 냄비와 프라이팬 등등 작은 물건부터 하나둘씩 나의 집을 채워나갔다.  처음 자취를 시작했던 7평 남짓의 원룸은 현재 10평 정도 되는 원룸으로 나름의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러면서 생긴 번듯한 4인식탁과 티테이블, 킹사이즈의 침대까지. 가구는 늘어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커지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몇십만 원이나 하는 주물 냄비부터 요구르트 메이커, 에어프라이어 등등 소형가전이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접시들은 친구들 5명이 와도 끄떡없는 수준이 되었다. 숟가락이 없어 일회용을 사용하던 초보 자취생은 이제 없다. 


 무언가 많아진 것 같지만, 집에 쌓여 있는 짐들을 돌아보니 마냥 기쁘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닐 때, 배낭의 무게는 인생의 업보라고 최대한 가볍게 필요한 것만 챙기라고 했다. 최대한 가볍게 짐을 꾸려 떠났던 20대의 모습이 영영 사라졌다. 가끔은  필요한 짐만 챙겨 훌쩍 떠났다 돌아와도 내 자리를 지켜주던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기 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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