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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다원 Mar 07. 2024

수영의 의미

 '다원 님, 진짜 갓생.' 최근 종종 듣는 말이다. 퍽 부끄럽고 민망하다. 평범한 일상이 갓생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새벽수영'이다. 20대 중반부터 여러 번에 걸쳐 수영 강습을 다니다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최근 다시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에는 운동 기록을 종종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면서 지인들에게 '갓생' 산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게 된 것이다. '이거 진짜 갓생 맞아?'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사실 나는 새벽에 수영을 나서는 순간의 나를 무척 좋아한다.


 나에게 새벽 수영이란, 작은 성공이 모아진 집약체다. 새벽 5시 15분 즈음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사실 진짜 계획은 전 날 밤부터 시작된다.

 미리 수영복과 수건 같은 필요한 용품을 챙겨 놓은 후, 아침에 입을 속옷과 옷, 양말까지 미리 준비를 해 놓는다. 전 날 과음을 하거나 귀찮은 마음에 이 과정이 미리 해놓지 않으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났음에도 '오늘 뭐 입지?' 같은 하찮은 고민을 하다 다시 누워버리는 인간이 나다. 준비를 다 해놓고 잤음에도 늦잠을 자버린 날도 부지기 수다. 그래서 새벽 수영 출석을 했다는 것은 다음 날의 아침을 준비한 저녁의 시간부터 작은 노력이 쌓인 나름의 큰 성공이라고 느껴진다. 하루의 끝과 시작이 계획대로 실천이 됐다는 사실은 꽤 큰 성취감을 준다.


 반대로 수영을 가지 못한 날이 있어도 내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실패이기 때문에 가볍게 다음 날을 기약하고 넘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수영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고, 하나의 습관으로 '갓생러'라는 호칭을 얻는 건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새벽에 들어선 수영장에서 나보다 훨씬 더 오래 수영을 하고 있는 진짜 '갓생러'들이 많다.


 만약 내가 '갓생러'의 '갓생루틴'을 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면 수영을 하지 못한 날은 자괴감이 커, 결국은 수영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어느 날은 수영장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수영을 무척 오래 한 분께 물어봤다. '언제쯤 아침에 가볍게 일어날 수 있을 까요?'라고. 그녀의 대답은 '나도 아직 힘들어'였다. 그때, '아 나도 수영을 하는 동안 늘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토록 길게 수영을 하시다니 '역시 수영은 평생 운동이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 수영에 갈 생각에 조금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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