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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다원 Mar 14. 2024

관계의 상대성

 호감 있는 상대와 시간을 나누다 보면 나와 '다름'을 숨겨야 하는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시작되어 있다. 이성과 동성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어린 시절 꼬질하게 땀을 흘리며 열성적으로 임했던 것과 다르게 차분하게 게임은 지속된다. 상대의 이야기에 '내 생각도 그래.'라는 말을 이어나가면 된다. 술래도 없다. 무척 쉬어 보이는 이 게임은 '어떤 순간'이 지나면 끝이 난다. 누가 더 열심히 참여했고 누가 이겼는지 결과는 매번 알 수 없다.


 진짜 관계는 숨바꼭질이 끝난 뒤에 시작된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다름을 말했을 때 이 사람이 나를 계속 좋아해 줄까. 최대한 꼬깃꼬깃 접어 숨기고 있던 진짜 나를 꺼내어 볼까 말까를 고민한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도 해본다. 한 번은 같을 줄 알고 쫑알쫑알 나를 이야기했더니 이야기를 하는 내내 나와 상대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멀어진 사람들은 왜인지 마음 한 구석에 사무쳐있다.


 같이 놀자며 신나 하는 나의 연락을 받은 그 애의 반응이 어느 순간 시큰둥해져 있었다. 결국 그 후로 그 애랑은 만나기는커녕 연락조차 주고받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왜 이런 사이가 되었을까 여러 번 그 애와 있었던 일들, 나누었던 대화들을 곱씹어 보았지만 뾰족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왜냐면 나와 멀어지기로 결심한 건 그 애이기 때문이다.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은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지만, 그 마음의 원인과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끔은 내 마음도 모르고 갈팡질팡 하는데 다름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건 내겐 평생 숙제 같은 일이 될 거 같다.


 어린 시절 만난 친구, 성인이 되어 사귄 친구, 회사 동료까지 환경이 낳은 우정에는 꼬리표가 붙는다. 친구들 마다 대화의 주제가 다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다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바뀔 때마다 나름대로 친한 친구가 있었다. 등산을 함께하는 친구, 책 이야기를 나눌 친구, 술을 함께 마셔줄 친구. 그럼에도 어린 시절 만난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믿던 때도 있었다. 오래 보았기 때문에 마음을 깊게 나눈다고 생각했지만 공유하고 있던 환경이 변하면서 결국에는 연락이 뜸해져 버렸다.


 어떤 관계는 깊게 쌓아 가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야 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으로 상대를 대하다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걔도 내가 누군가에게 느꼈던 배신감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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